[아침뜨락] 이미영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

기사와 직접 관련 없습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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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매일 아침뜨락 이미영]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되었다. 필자는 휴가를 맞아 가족여행을 준비하면서 식당, 즐길거리 등 여러 가지 예약을 했다. 필자가 그 지역에서 유명한 음식점에 전화를 걸어 미리 예약을 하려고 했더니, 주문을 받는 분이 '죄송한데요, 노쇼가 너무 많아서 미리 음식대금 중 20% 이상을 결제하고, 방문 예정일 48시간 전에 전액 결제를 해주셔야 해요'라고 하는 것 아닌가. 특히 피서철과 같이 성수기에는 미리 예약을 하면 기다리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되어서 참 좋고, 어차피 지불한 음식대금을 미리 지불하는 것 역시 굳이 마다할 일도 아니다. 또 대금의 선불이라는 추가적인 예약절차를 둠으로써 날짜에 임박해서도 예약이 가능할 수 있어서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예약절차가 좀 더 엄격해진 이유가 '노쇼' 때문이라는 말에 다소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예약으로 인한 편리함을 누리려고 하면서도 예약을 지키지 않았을 때 손해를 부담하지 않으려는 이중적인 마음이 있어 문제다. 사실 필자 역시 가끔 '노쇼'로 인한 피해를 입는다. 예약을 요청할 때는 '너무 급한 문제다. 꼭 이번 주 중에 예약을 잡아달라'고 했다가, 전화 한 통 없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필자의 경우에는 시간적인 손해를 입는데 그치지만, 식당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미리 예약 시간에 맞추어 음식을 만드는데 들어간 비용뿐만 아니라 미리 만들어진 음식을 폐기하는데 드는 비용까지 재산상 손해를 입게 된다.

최근 노쇼에 관한 언론보도들이 쏟아지면서 점차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사정이 생길 수 있으면 그럴 수도 있지', '나 하나 안간다고 뭐'라고 하면서 예약시간 전에 예약을 지킬 수 없다는 간단한 전화한통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식당에서 확인 전화를 걸어도 받지도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신의 예약부도에 대해서는 관대하게 생각하면서 예약을 한 상태에서 방문해서 대기시간이 조금이라도 길어지면 식당주인에게 약속을 지키지 않았음에 관하여 강력한 항의를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노쇼'에 관한 개념이 우리보다 빨리 자리 잡은 외국은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취소불가'가 아니라 '이해'를 해주는 경우가 더 많다. 예를 들면, 동일하게 취소불가로 예약을 했다고 하더라도 '가족의 갑작스러운 수술, 임신' 등으로 예약을 취소하여야 하는 경우 예약금을 규정대로 몰취하기보다 특별한 사정을 '예외사항'으로 이해해주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특별한 이유 없는 '노쇼'에 계속 당해온 경험 탓인지, 특별한 사정 여부를 불문하고 규정대로 '예약금 몰취 규정'을 적용한다. 누구에게나 예약 후 갑작스러운 정말 부득이한 사정은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 규정대로가 아니라 갑작스러운 사정에 대한 상대방의 양해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평소에 대부분의 예약이 잘 지켜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이미영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 / 중부매일 DB
이미영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 / 중부매일 DB

특별한 사유로 예약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을 때 예약금을 몰취하는 식당주인에게 '아이가 아픈데 예약금 몰취라니, 야박하게 굴면 소문을 내겠다'며 화를 내기보다, 불가피한 상황의 예약취소조차 어렵게 만든 것은 과거 우리의 노쇼 습관으로 인한 것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언젠가 외국에 나가 한국인들은 예약을 잘 지키기 때문에 예약금이 필요없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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