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이태동 음성 감곡초등학교 수석교사

기사와 직접 관련 없습니다. / 클립아트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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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몸이 불편해 한의원을 찾은 적이 있다. 평소 아픈 곳이 별로 없어 자칭 젊은이라고 여겼는데 한의사를 찾고 보니 그것도 다 나의 불확실한 신념에서 비롯되었음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그 동안 살아 온 생활습관을 점검하고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다행이긴 했지만 '난, 아직 건강해' 라는 외침만큼은 놓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몸은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가시지 않는다.

과거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 넘어져 한의사를 찾았던 기억이 있다. 당시, 팔꿈치 통증으로 한의원을 가게 되었는데 의사는 다짜고짜 큰 침을 들고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다가섰다. 그것이 침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사실, 그날도 피하고 싶은 현장이었다. 그러나 진료를 받으면서 온화한 의사의 얼굴과 친절한 안내, 맞춤식 치료에 대한 희망으로 통증을 조금은 완화시킬 수 있다는 단서를 찾았다. 옆집 아저씨 같은 목소리와 몸매, 다소 환자들에게 수다스러우나 성실한 모습에서 신뢰감이 싹텄다. 작은 문제도 사소하게 다루지 않고 명쾌하면서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하며 환자에 대한 부담 또한 조금이라도 줄여주기 위한 따뜻한 위로의 말, 병원을 다녀가는 많은 사람들의 밝은 표정들, 의료 서비스에 대한 사후 피드백 그것들이 증거를 뒷받침해 주기에 충분했다. 대도시에 비하면 시골 한의원은 좋은 환경은 결코 아니지만 환자에 대한 따뜻한 감성 터치와 인간존중 철학, 전문가적 직업의식이 명성을 말해주고 있다.

최근 연구학교 수업 컨설팅(Consulting)이 있어 인근 초등학교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사전에 수업공개와 관련해 전반적인 수업 설계 및 해결 과제들을 놓고 진지하게 토의했다. 학습과정안 작성 및 학습자료 선택, 교실 공간의 효율적 활용, 학생들 간의 상호활동 방법 등등 수직적인 관계보다는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가는 수평적 입장에서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태동 음성 감곡초 수석교사
이태동 음성 감곡초 수석교사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수업을 참관하면서 3학년 문학 관련 내용이었는데 교사는 무척 다양한 독서지식을 갖추고 있어 단위 시간 뿐만 아니라 거시적인 교육과정도 잘 이해하여 지역 특성은 물론 교과서 외의 문제까지 능숙하게 적용했다. 삶과 연결된 '스토리 큐브(story cube)를 이용한 이야기 만들기' 수업이었는데 즐거움이 가득했다. 학생들의 문학적 상상력은 생각보다 수준 높았다. 약간 도발적이긴 했지만 '모범생보다는 모험생'이란 교사의 창의적인 슬로건은 학습자 모두에게 신선하고 도전적인 과제로 인식되는 모습이었다. 학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사고의 지평을 넓혀가며 교과서 밖 세상의 흥미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톰소여 모험' 이야기 도입은 더욱 공감 갔다. 좋은 수업이란 교사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학생들끼리만 하는 것도 아니며 교사가 사전에 수업목표를 명확하게 세워 학생 참여를 유도하며 자연스럽게 평가까지 실천하는 것을 말할 것이다. 수업 컨설팅을 하면서 느낀 점은 학생들의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고 독서여행을 통해 과연 얻을 수 있는 상상력이란 무엇인가? 경험과 표현, 아는 것이란 무엇일까? 라는 본질적인 의미를 던지게 되었다.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보다 새로운 시각을 갖는데 있다.' 라는 마르셀 푸르스트의 표현이 가슴에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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