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송선영 미래과학연구원 운영위원

피라냐
'피라냐' 사진은 얼린 뒤 얇게 자른 생쥐의 뇌조직, 투과전자현미경 / 2,700배 촬영 (송선영 제공)

우주공간에 떠 있는 지구 표면으로 추상 시각미술을 표현한 것처럼 보입니다.

'파라냐' 사진은 바이오 현미경 공모전에서 수상한 학생의 작품인데요, 처음 이 사진을 보았을 때는 너무나 재미있고 신기해 그림의 구도로 참고해 차용해도 무방하지 않을까하는 고민을 해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전업 작가로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작품에 인용하지는 않았고 바이오 현미경 사진전을 오래전에 하였을 때, 관람하는 학생들에게 작품설명을 하는데 있어 이해도와 상승도를 높여 창작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주고자 도움을 주었습니다. 기초과학이란 다양한 일상의 흐름을 통해 우연하게 나타나고 경험하고 때론 생각지도 않은 과정을 통해 체험합니다. 과학과 미술은 원초적인 만남부터 이루어진 공생관계였는지 모릅니다. 공존과 공유는 무엇이란 질문과 답에서부터 시작하여 의문점을 해결하는 시작 단계에서 결과를 암시하는 중요한 열쇠의 실마리라 생각합니다.

'파라냐' 사진의 소재는 얼린 뒤 얇게 자른 생쥐의 뇌 조직을 촬영한 것입니다. 쥐의 뇌 조직을 얼린 뒤 아주 얇게 잘라 투과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모습입니다. 수많은 신경세포와 미토콘드리아, 액손 등이 보이는데, 그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괴물 물고기가? 피라냐를 닮은 이 거대한 괴물 물고기는 사실 대식세포입니다. 물고기의 눈처럼 보이는 부위는 핵이지요. 대식세포는 면역을 담당하는데, 이들은 몸에 이물질이 침입하면 먹어치우거나 독소를 분비해 파괴합니다. 그래서인지 대식세포의 모습에서 먹성 좋은 피라냐를 떠올리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남아메리카에 사는 육식성 민물고기인 피라냐는 크기가 15~25cm지만 식욕이 왕성해 자기보다 훨씬 큰 동물도 공격합니다. 덩치 큰 말조차 피라냐 떼에 걸리면 백골이 돼 버릴 정도이지요. 물론 피라냐가 이렇게 공포의 대상이 된 건 영화 속에서 워낙 포악하게 자주 등장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다른 열대어처럼 관상용으로 키우기도 합니다. 이 사진에서 대식세포는 마치 수면 위로 솟아오르고 있는 피라냐 같습니다. 입을 쩍 벌리고 거대한 먹이를 노리는 듯한 모습이 정말로 살아있는 듯 생생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몸속에 침입한 이물질을 잡아먹어 병에 걸리지 않도록 도와준다는 점을 생각하면 공포의 대상으로 여길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언덕 위의 거북이' 사진은 초파리의 생식기, 주사전자현미경 / 180배 촬영 (송선영 제공)

현미경으로 촬영한 '언덕 위의 거북이' 사진은 살아있는 형체가 정면을 향해 무엇인가를 뚫어지게 관찰하는 형상을 띠고 있습니다. 그 작은 생물체 초파리에서 이런 모습을 보았다는 것은 신비에 가까운 재미있고 즐거운 발견입니다. 그래서 과학의 힘은 어떤 도구나 새로운 방법을 익혀 사용함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상상의 폭을 넓혀 줍니다. 기초과학은 어렵지 않고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생활문화에 깊숙이 들어와 과학은 무수한 장르와 융합과 조화를 통해 현재 각자 나름의 현장에서 협업하고 있습니다.

이 사진은 초파리의 생식기를 촬영한 것입니다. 우뚝 솟아 있는 언덕 위를 봤더니 험상궂은 거북이 한 마리가 걸터앉아 있습니다.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일광욕을 하는 걸까 아니면 이곳은 자기 땅이라고 감히 넘볼 생각 하지 말라고 세상 동물들에게 엄포를 놓는 걸까. 거북이의 얼굴만 보자면 맹수의 왕 사자도 하늘의 제왕 독수리도 감히 덤비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의외로 험상궂은 얼굴과는 달리 빙그레 짓는 미소만 보자면 마치 세상을 해탈한 부처의 모습도 떠오릅니다. 아이쿠! 거북이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초파리입니다. 그것도 초파리의 생식기를 180배 확대한 모습이지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사실 SF영화에서도 괴물의 이미지를 만들 때 이런 방법을 사용합니다. 곤충이나 절지동물의 일부분을 확대하면 뜻하지 않은 괴물의 모습이 보인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초파리의 생식기에 괴물 거북이가 숨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자세히 보니 트랜스포머 로봇 같기도 하고 바다코끼리를 닮기도 했는데요, 초파리라는 걸 알았더니 험상궂기는커녕 귀엽고 앙증맞습니다. 조금만 부추기면 개인기라도 보여줄 모습입니다. 여름에 과일을 먹고 조금만 늦게 치워도 어디선가 나타나는 초파리는 유전학을 연구하는데 정말 소중한 동물입니다. 키우기 쉬운데다 번식도 빠르고 유전자가 간단합니다. 더구나 사람과 비슷한 유전자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유전학의 모델 동물로 이용돼 왔습니다. 혹시 미래에는 거북이의 유전자가 초파리에 섞여 들어갔다는 사실이 밝혀지지는 않을까요.
 

'행운의 포춘 쿠키' 사진은 야생화 매발톱의 꽃가루, 주사전자현미경 / 4,150배 촬영 (송선영 제공)

신비로움이 가득한 숲 속, 파릇파릇한 풀 밭 위. 누가 놓고 갔을까? 자그마한 포춘 쿠키가 놓여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데요, 누군가가 실수로 떨어뜨렸나 보다 싶으면서도 혹시나 나를 위한 것은 아닌 지 내 마음이 두근거립니다. 여기 이 숲속의 포춘 쿠키는 매발톱의 꽃가루입니다. 바로 '행운의 포춘 쿠키' 사진이빈다.

매발톱은 미나리아재비과 여러해살이풀로 숲속에 자생하는 야생화인데 누두채 라고도 부릅니다. 크기는 50~70cm이며 줄기는 곧고 매끄러우며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집니다. 잎은 2번에 걸쳐 각각 3갈래로 갈라지며 줄기 위로 갈수록 잎자루가 짧아집니다. 잎에는 털이 없고 뒷면은 분을 바른 듯 하얀 빛이 돕니다. 4~7월이 되면 붉은 자줏빛을 띤 갈색의 꽃이 아래를 향해 피는데, 꽃불이라고 하는 꿀주머니가 안으로 굽어져 달린 것이 매의 발톱을 닮았다고 해서 매발톱이라고 부릅니다. 열매는 여러 개의 씨방으로 된 골돌과에 속하며, 벌어지면서 씨가 튀어 나옵니다.

매발톱의 수술에서 꽃가루를 채취하여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하자 겉에 돌기가 난 삼각뿔 비슷한 주머니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중국 음식점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은 후 즐기는 소박한 포춘 쿠키와 닮았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멋을 지닌 매발톱이 선사하는 포춘 쿠키. 행운일까, 사랑일까? 바삭바삭하게 구운 얇은 쿠키를 살짝 건드리면 나를 위한 아름다운 말 한마디가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것 같습니다. 무언가 좋은 일이 담겨 있을 것 같습니다. 숲 속 요정 매발톱이 주는 작은 설렘에 행복해집니다.

위의 세 종류의 현미경 사진을 보면서 맑은 동심에 젖어든 동화 같은 자아의 형성이 또 다시 생성함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과학을 연구하며 첨단의 길을 탐구해 안내하고자 하는 과학의 전문가가 아니며 단지 소소한 일상의 현실에서 마주한 작고도 가볍게 실감한 이야기를 편안한 언어로 오늘을 정리하며 살고 있습니다.

지금의 기초과학을 한마디로 정의하기 쉽지 않지만 보편타당한 문화의 산실이며 사람과 직결된 생명이고 하루 일과에 있어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한 일부분의 기운을 얻는 힘, 살아있는 증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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