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의 구름 모양을 무시로 바꾸며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바람. 또 산속에서 도시 주변에서 5월의 꽃 아카시아 향기를 이곳 저곳으로 전하는 바람. 울창한 소나무 숲 속에서 솔내음 가득 싣고 얼굴을 스치는 바람 등등 계절의 여왕 5월에 부는 바람은 우리 모두를 상쾌하게 한다.
 특히 5월의 녹음 짙은 싱그런 계곡을 스치며 산위로 불어오는 바람은 참으로 고마운 바람이다.
 5월의 푸르름을 한껏 머금은 채 산위에서 부는 바람은 땀에 젖은 농부들의 가슴과 등산객들의 이마에서 흐른 땀을 씻어주는 시원한 바람으로 우리모두의 가슴속에 파고들어 삶에 신선한 꿈을 키워주기도 한다.
 그래서 「얼굴에 마주치는 바람이 인간을 지혜롭게 만든다(G.무리에/ 격언의 보고)」라고 했나.
 이처럼 인간을 지혜롭게 한다는 바람. 또 모든이의 이마에 땀을 씻어주는 시원한 바람. 삶에 꿈을 키워주는 상쾌한 바람. 참으로 고마운 바람이 부는 계절의 여왕 5월도 이제 10여일을 남기고 있다.
 그래 그런지 5월을 예찬하는 글들도 많다.
 『5월은 잎의 달이다. 따라서 태양의 달이다. 5월을 사랑하는 사람은 생명도 사랑한다. 절망하거나 체념하지 않는다. 권태로운 사랑 속에서도, 가난하고 담담한 살림 속에서도 우유와 같은 맑은 5월의 공기를 호흡하는 사람들은 건강한 희열을 맛본다』(茶 한 잔의 사상).
 『아름다운 5월이 되어, 꽃봉오리 싹 틀 때,/ 내 가슴도 사랑의 그리움에 싹 튼다』(H. 하이네/ 대지는 오랫동안).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 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皮千得/ 5월). 등등….
 이처럼 맑고 화창한 푸른 5월에 핀 빨간 장미의 향기와 부드러운 서풍과 남풍의 자연은 한폭의 수채화가 되어 우리곁에 자리하고 있으나 우리의 주변에선 악취가 끊이지 않아 싱그런 5월의 바람을 오염시키고 있어 안타깝게 하고 있다.
 「바람 부는 날 가루 팔러 가듯」, 또는 「바람 부는 대로 물결 치는 대로」하듯, 우리 모두가 모든 일에서 그 알맞는 기회를 알지 못하고 있거나 확고한 주관이나 결심이 없이 모든 일을 되는 대로 맡기고 있기 때문인것 같다.
 교육단체들의 끊임없는 갈등이나 정치권의 밥그릇 논쟁도 그렇다. 5·18 항쟁 23주년 기념식의 사태와 법외단체인 전국공무원노조의 불법 집단행동도 마찬가지이다.
 더욱 기가막힌 일이 있다.
 국내·외적으로 현안 문제가 산적해 있어 한시도 한 눈을 팔아서는 안되는 권력의 핵심이 잠자고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에서 지난 13일 오전 1시쯤 화물연대 운송거부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청와대에 직접 전화를 했으나 당직 비서관이 잠을 자는 바람에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잠자고 있는 청와대는 편안할지 모르나 이를 보는 국민들은 불안하다.
 청와대에는 부는 5월의 시원한 바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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