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외상빚 이면 소도 잡아 먹는다'는 말이 있다.
 신용사회로 정착돼가는 요즘 잣대로 보면 얼마나 무원칙하고 무책임하며, 위험천만한 발상인가.
 그럼에도 '먹고 죽은 귀신은 떼깔(무덤의 잔디색)도 좋다'고 조롱하듯 뒷감당이 되질 않으면서 일단 '쓰고 보자'는 '배째라'소비심리가 아직껏 우리 주면에 팽배한 것이 현실이다.
 도대체 언제, 어떤 연유에서부터 이런 통 큰 씀씀이가 무절제한 경제관념 풍조가 만연된 것일가.
 실제 지난 달 신용불량자 수가 사상최대인 3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은행연합회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이들 개인 신용불량자의 60%가 카드빚으로 인한 것이며, 매달 최대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들 신용불량자들 가운데 미래의 꿈나무들인 10-20대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한 것으로 집계돼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20대 초반도 별 생각없이 신용카드를 쓰다가 수천만원의 빚을 진 채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젊은이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서글픈 현실이기도 하다.
 이들은 개인 신용의 중요성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 한번 받아 본적이 없는 세대다.
 더욱이 경제운용체계에 대한 경험조차 없는 이른 나이에 릫금융계의 전과자릮로 낙인찍힐 경우 평생 자신의 미래에 어떤 불이익이 닥칠지 조차 모를 사회물정에 어둑한 세대들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가 초등학생에게까지 광범위하게 보급되고 각종 게임과 음악, 영화 등이 휴대전화요금으로 부과되는 한편, 각종 명품에 대한 관심과 소비유혹 한껏 유발되고 있는 사회구조 속에서 이들만 탓할 문제도 아니다.
 만시지탈(晩時之歎) 때늦은 감은 있지만 지난 해 말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미성년자들에 대한 신용카드 발급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의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경제와 신용관리에 관해 인식이 부족하고 결제능력도 갖추지 못한 미성년자들에 대한 마구잡이 카드발급에 일단 제동을 걸었다는 사법적 의미와 함께 이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구제책 또는 면책은 또 다른 소비행태에 면역만 키울 뿐이란 지적도 동시 제기되고 있다.
 때마침 경제행위에 관한 체험과 실습위주의 경제교육 열기가 각 가정과 학교에 불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관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제교육 실정은 어떠했나.
 대다수 국민이 부자를 경멸하면서도 본인 스스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이중적인 의식구조에 쌓여왔다.
 때문에 릫어린 나이에 돈 맛을 알면 못 쓴다릮고 윽박지르거나 '돈 쓰는 법' 자체를 터부시 해왔던 것이 우리의 가정과 학교에서 겪은 기억이고 현실이 아니었던가.
 기초성장기를 담당한 가정과 학교가 나서 건전한 소비와 절약정신을 가르치고 올바른 경제적 가치를 심어주어야 할 때이다.
 그러나 한 통계에서도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일수록 경제의식이 희박하다'는 조사가 나왔듯 경제교육은 빈부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시장경제 지식을 싹부터 키우질 못한 나머지 경제를 더욱 어렵고 멀게만 느끼게 만든 구조적 책임과 문제점을 기성세대들 자신부터 찾아나서야만 할 것이다.
 최근 한 청소년 경제교육 단체에서는 '어릴 적부터 경제를 가르치자' 는 슬로건 아래 학생들의 건전한 경제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자원봉사에 나섰다.
 스스로 버스를 타거나 연필 한 자루를 직접 사는 것도 경제운용방법의 습득인 것이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실생활과 동떨어진 입시교육 위주에 치우치다 보니 어른이 돼서도 시장경제 원리를 제대로 채득하지 못한 채 사회로 진출하게 되고, 그들을 오늘의 신용불량자로 내 몬 결과가 아닌가.
 기초적인 경제운용 방안에 관한 학교교육 제도적 보완이 절실한 시점이다.
 동시에 가정에서도 올바른 소비교육을 포함한 청소년들의 신용관리와 경제교육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만 할 때이다.
 / 윤의권 미래충북포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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