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미국방문에 대한 평가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사회 일각에서 미국에 대해 과공을 했다거나, 남북 교류협력을 북한 핵문제와 연계시키겠다는 것이 경직된 결정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대통령의 방미결과에 일부시민들이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나타나는 비판이라 생각하고, 방미 결과를 평가해 본다.
 노대통령의 방미는 이미 오래 전부터 몇가지 이유로 세간의 관심을 받아왔다. 그 이유는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명백한 현안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첫째는 한반도 문제가 이라크 전쟁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노대통령 방미에서 미국이 보여줄 태도가 그들의 한반도 정책을 전망해 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되기 때문이다.
 둘째는 주요 이슈인 북한 핵문제의 해결이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한미 정상이 마주앉더라도 뾰족한 해법이 없는 이 문제를 한미간에는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인 것이다.
 세째는 노대통령이 60에 가까운 나이가 되기까지 미국을 가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세인에게는 반미적 성향으로 보여 관심을 끌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노대통령 길들이기 시도 여부도 관심사였다. 중요성에서는 거의 의미가 없는 부분이겠으나, 아마도 이것이 한미사회의 많은 사람들에게는 가장 큰 관심이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방미를 회담의 결과만을 놓고 살펴보면 평가는 의외로 간단하다. 대통령 방미 중 우리가 얻으려 한 결과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미국의 확실한 보장이다. 또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양국의 시각 차를 좁혀 기존의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는 것이었다.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나타난 양국의 견해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응하는 방법에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양국의 접근방식도 한국이 주도하는 남북관계를 부정하지 않고 있다. 마음으로부터 미국에 호감을 갖게 되었다는 언급은 노대통령의 반미태도가 기우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반대로 공동성명에서 보여진 미국의 노대통령에 대한 동반자 대접은 길들이기로 볼 수 없는 긍정적인 것이었다. 따라서 대체로 대통령의 방미에서 우리가 우려하던 문제는 없었다고 보여진다.
 다만 이 순조로운 결과가 미국의 시각에 우리를 억지로 맞춤으로서 도출된 것이라면 문제가 된다. 방미중 노대통령은 미국과 북한에 대해 과거와 다른 시각을 보였는 바, 이 상황이 미국 방문을 위해 단기간에만 적용된 것이라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향후 한반도에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정부의 일관성 없는 태도가 어려움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며,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지지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에 대한 경직된 접근을 우려하는 우리 사회일각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실제로도 남북관계는 경색국면으로 진행될 수 있다. 과거 북한은 우리사회의 정부 비판 시각을 잘 이용해 왔기 때문이다.
 결국 현정부가 인식해야 할 부분은 아직 우리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방미에 대한 평가가 유보되고 있는 결정적인 원인도 실제로는 여기에 있다. 향후 우리정부의 외교는 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결과에 대해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제고해야 한다. 우리가 얻으려는 부분은 상대가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노력한 결과 속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김도태충북대정외과교수>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