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병학의 사진학교] 76. '좋은' 작품이 되기 위한 조건'들'
[류병학의 사진학교] 76. '좋은' 작품이 되기 위한 조건'들'
  • 중부매일
  • 승인 2018.08.0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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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스텔라 작 '이성과 스콜라의 결혼 II' 1959
프랭크 스텔라 作, '이성과 스콜라의 결혼 II' 1959

필자는 지난 연재 말미에서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 그린버그의 눈에 좋은 작품이 되기에 '2%' 부족해 보였다고 중얼거렸다. 도대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 그린버그의 평면성 논리를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에 좋은 작품이 되기에 '2%' 부족해 보였을까? 이 점을 언급하기위해서라도 그린버그의 '모더니스트 페인팅(Modernist Painting)'으로 돌아가 보아야만 할 것 같다.

1950년대 미국 추상표현주의는 미국 화단을 장악했다. 그러나 1960년대 접어들면서 미국 화단에 추상표현주의에 반기를 든 팝아트와 미니멀아트가 등장한다. 필자는 지난 연재에서 미국의 팝 아트에 관해 간략하게나마 언급했으니, 오늘은 미국의 미니멀아트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언급해 보고자 한다. 미니멀아트의 대표적인 작가들 중 한 미니멀리스인 저드(Donald Judd)는 당시 그린버그의 '평면성' 논리를 '평평한 표면 위에서는 그것만이 가능한 일만 할 수 있을 뿐'이라고 이해해 회화를 '단념'하고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다.'

그러나 그린버그의 '평면성' 논리는 흔히 말하듯 '평면은 평면이다'라는 동어반복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평평한 표면 위에서' 할 수 있는 가능성의 극한까지 몰고 간 스텔라(Frank Stella)의 일명 '띠무늬 그림(Stripe Painting)'을 '좋은 작품이 되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그린버그에게 좋은 작품이란 '평면성' 이외에 또 다른 점도 필요하다는 것이란 말인가?

도대체 그 또 다른 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아닌 작품의 '질(quality)'이다. 이를테면 그린버그의 평면성 논리를 극한까지 몰고 간 스텔라의 '띠무늬 그림'은 그린버그 눈에 좋은 작품 되기에 '질'이 충분치 않았다고 말이다. 따라서 그린버그가 말하는 '모더니스트 회화의 조건'이란 적어도 두 가지, 즉 '평면성'이라는 형식적 측면뿐만 아니라 '질'이라는 내용적 측면도 해당되는 셈이다.

뉴먼 작 '블랙 파이어 I' 1961
뉴먼 作, '블랙 파이어 I' 1961

말하자면 미니멀리스트 칼 앙드레(Carl Andre)가 '회화의 길'로 부른 스텔라의 '블랙 페인팅'(띠무늬 그림)은 회화의 조건 중의 하나인 평면성을 성취했지만, 또 다른 조건인 질이 '충분치 않은' 작품으로 그린버그의 눈에 보였다고 말이다. 그린버그는 특히 뉴먼(Barnett Newman)의 그림을 극찬했는데, 그의 눈은 뉴먼의 그림에서 평면성 이외에 알맹이(숭고의 정신성)을 보았다고 말이다.

2012년 뉴먼의 '단일성 5(Onement V)'는 크리스티 경매에서 22,48만 달러(한화 약 250억 원)에 낙찰된 바 있다. 그 다음 해인 2013년 뉴먼의 '단일성 6(Onement VI)'(1953)은 43,84만 달러(한화 약 487억 원)에 낙찰되었다. 2014년 뉴먼의 '블랙파이어 I(Black Fire I)'(1961)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84,16만 달러(약 910억원)에 낙찰되었다.

와이? 왜 검은색과 연노란색 화면에 하나의 검은 수직선으로 표현된 뉴먼의 '블랙파이어 I'이 추상화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것일까? 아마도 그 작품을 소장한 컬렉터는 뉴먼의 그림에서 평면성뿐만 아니라 사막이나 대양 등 자연에서 느끼는 공포심과 경외감 같은 숭고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관객은 검정 수직선을 따라가면서 삐뚤빼뚤할 뿐만 아니라 부분 번져있는 것도 보게 될 것이다. 그렇다! 관객은 스스로 체험을 통해 마치 관객 앞으로 넘어질 것 같은 거대한 수직선을 보면서 미학적 숭고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자,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 원점? 경매시장에서 7억의 '나이키 타운'과 38억의 '99센트' 슈퍼마켓보다 비싼 49억에 낙찰된 거스키의 '라인강' 말이다. 거스키의 '라인강'은 흥미롭게도 뉴먼의 '블랙파이어 I'의 수직선을 수평으로 전이시킨 것처럼 보인다. 필자는 지난 연재에서 거스키의 '라인강'이 인공물을 모조리 제거해 놓았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보정을 통해 라인강변 모두 초점을 맞추어놓아 관객이 사진 앞에 서면 마치 강물이 거꾸로 넘어져 관객 앞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미학적 숭고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중얼거렸다. 왜 거스키의 '라인강'이 다른 사진들보다 고가에 낙찰되었는지에 대해 더 이상 보충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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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호 2018-11-15 11:49:51
그는 상품들로 가득 찬 슈퍼마켓의 공간적인 깊이감보다 사진의 평면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사진을 조작한 것은 아닐까? 이를테면 비현실적인 사진을 통해 현실감을 더 강하게 드러내는 거스키의 사진은 공간의 깊이감보다 사진의 평면성을 강조한다고 말이다. --> 거스키의 사진을 설명하시면서 밝혀 놓으셨군요. 평면성이이란 입체감이나 깊이감이 없는 성질을 의미한다. 저는 이렇게 해석이 됩니다. 그렇다면 좋은 사진은 피사체가 전부 초점이 맞아야 할까요?

조성호 2018-11-15 11:39:16
평면성이라는 형식적 측면과 질(알맹이, 내용?) 이 함께 드러나 조화를 이루어야 뛰어난, 고가의 가격으로 거래가 될 만한 사진이다라고 말씀하신 것 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그런데 사진은 모두 평면성에 기초한 것은 아닌지요. 여기서 말하는 평면성이라는 말은 다른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유령이라는 작품이 고가로 거래될 만한 작품은 아니다. 단순한 복사일 뿐이며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는지 모르겠다는 다른 사람의 평도 소개하셨습니다. 사진은 피사체의 복사에서 출발할 것인데 그렇다면 내쇼날지오그래픽 사진같은 풍경 사진은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인지도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