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정부가 출범 3개월도 채 안됐는데 풀고 나가야 할 국정과제가 산더미처럼 밀려있다. 북핵문제 해결이 겨우 상견례에 머문 상태에서 화물연대의 파업을 필두로 시작된 춘투(春鬪)가 만만치 않다. 교육행정정보시스팀(NEIS)을 둘러싼 교원노조의 반대시위가 거세지고 있으며 공무원 노조의 쟁의행위 찬반에 관한 투표및 그 결과에 따른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을 두고 내우외환(內憂外患)이라고 한다. 지난 현대사 동안 내우외환의 사태는 수도 없이 많았지만 문민 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 등 민주화 시대에 접어 들면서도 각 단체의 위상제고나 자기몫 챙기기를 위한 파업, 시위가 그치지 않는다거나 그 형태가 위험수위를 오르내리고 있다는 점이 걱정스런 대목이다.
 지난날의 시위가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민주화 투쟁이었다면 오늘날의 시위는 그런 이슈가 잦아들고 단체의 이익 또는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 등 그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민의는 마땅히 수렴되고 정부는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펴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 민의가 추스릴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나게 되면 국정운영의 기조가 흔들리게 된다.
 미국을 방문하고 귀국한 노 대통령이 5.18시위를 겪은후 오죽하면 '이러다간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생각이, 위기감이 든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을까 말이다. 노무현 정부는 민의에 바탕을 둔 참여 정부를 표방하고 있지만 봇물처럼 터지는 요구를 다 들어주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더구나 단체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문제에 대해선 양자를 동시에 충족시킬만한 해법을 마련하기가 매우 어렵다. 비오는 날에는 소금장수가 걱정이 되고 햇볕이 내리쬐는 쾌청한 날에는 우산장수가 걱정이 되는 법이다.
 가까스로 화물연대의 파업이 노사간의 대화로 풀긴했지만 그동안에 수억달러의 손해가 발생했고 한차례 물류대란을 겪었다. 교육행정정보시스팀은 인권위의 해석과 교육부, 전교조를 오가면서 방황을 거듭하고 있으며 교원노조는 연가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교육부는 '교무·학사와 진·입학 영역은 NEIS로 처리하고 보건 영역의 학생 건강기록부는 네트워크에 연결하지 않은 단독 컴퓨터(SA)로 처리한다'는 교육행정정보위원회의 권고를 따를 것으로 보이지만 전교조와 최종 입장 조율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공통분모를 도출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부가 끌려다녀서도 안되지만 그래도 우선은 대화로 엉킨 매듭을 풀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사회 제분야에 있어 완충지대가 부족하다. 흑백의 논리가 만연할 뿐 이를 조율할 방법이 궁색하다. 마치 디스크 환자처럼 연골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척추와 척추가 맞부딪치는 파열음이 거세게 들릴 뿐이다.
 단체간에, 노사정간에 마음의 완충지대 설정이 아쉽다. 서로 한 걸음씩 양보하는 슬기를 보여줬으면 한다. 상식선을 적용하면 의외로 문제가 간단히 풀릴 수도 있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판에 극한 대립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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