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가 건강해야 집행부를 견제할 수 있다
의회가 건강해야 집행부를 견제할 수 있다
  • 정구철 기자
  • 승인 2018.08.0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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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진단]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충주시의회 본회의 / 뉴시스
충주시의회 본회의 / 뉴시스

[중부매일 데스크진단 정구철] 국민권익위원회가 피감기관의 돈으로 해외를 다녀온 국회의원 38명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국회에 통보했다. 하지만 여야 원내대표들의 비공개 회동에서는 이번에 문제가 된 코이카 예산 출장을 근절하자는 제안 대신, 아예 코이카의 관련 예산 일부를 국회로 가져오자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이카 돈으로 출장 가는 것으로 논란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그 돈을 국회로 끌어와서 떳떳하게 가자는 것이다. 정말 가지가지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말처럼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최악의 물난리 속에서 외유성 유럽연수를 강행했던 충북도의회 의원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소속 정당에서 제명을 당했다. 충주시의회 의원들은 지난 2008년 태국 해외연수에서 성추문으로 전국적인 망신살을 샀고 해당 의원들은 모두 다음 선거에서 낙선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고 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냄비 끓듯하던 여론이 식으면 항상 언제 그랬냐는 듯이 슬그머니 원위치다. 충주시의회는 올해 19명의 의원이 1인당 250만 원씩의 해외연수 예산을 책정해 놓고 있다. 매년 비슷한 수준이다. 의원들이 집행부의 국제행사 참여에 동행하기 위한 예산도 1천400만 원을 세웠다. 제 밥그릇 챙기는데는 절대 뒤질 리 없는 충주시의회다.

충주시의회에는 국외여행 심의위원회가 구성돼 있지만 10명 이하의 의원이 해외연수를 떠날 경우는 아예 심의대상에서 제외된다. 해외연수가 대부분 상임위원회 별로 나눠 추진되기 때문에 심의위가 열리는 경우는 드물게 마련이다. 실제 충주시의회는 지난 2015년 3월 심의위가 열린 뒤에 지금까지 3년 5개월 동안 열린 적이 없다. 해외연수의 가장 큰 문제는 많은 혈세를 들여가며 추진하는 만큼의 효과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해외 선진지 비교 시찰이라는 취지에서 추진되지만 실제 거의 대부분은 관광성 외유로 이뤄지고 있다. 어찌보면 학생들의 수학여행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해외연수라고 하기보다는 차라리 의원 사기진작 차원의 해외여행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맞다.

충주시의회 19명의 의원 중 초선이 3분의 2에 가까운 12명이나 된다. 초선의원들이 이같은 점을 그대로 배우고 답습한다면 지금까지 그랬듯이 계속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새로 출범한 충북도의회가 학계와 시민단체, 언론인 등이 참여하는 토론회까지 갖고 개선에 나서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누구든 혈세를 쓰는데는 조금이라도 자유로울 수 없고 소홀해서도 안된다. 의원 해외연수가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당초 목적에 맞지 않거나 혈세를 투자한 만큼의 효과가 낮다는 점이다. 해외연수가 꼭 필요하다면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당사자인 의원을 제외한 외부 전문가집단이 계획단계부터 사전심의는 물론, 사후 평가에도 참여해야 한다. 절차와 규정을 개선해 외유성, 낭비성 연수를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의원들 스스로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 모든 결정의 주체인 의원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이같은 요구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의원들은 집행부를 견제하는 의회가 스스로 건강하지 않으면 집행부를 비판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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