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밍의 미학, 공연 브랜딩과 관객 공감
네이밍의 미학, 공연 브랜딩과 관객 공감
  • 중부매일
  • 승인 2018.08.0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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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이창근 문화기획자ㆍ문화칼럼니스트, 예술경영학박사
명인명창 순회 공연 '굿 GOOD보러가자' / 뉴시스
명인명창 순회 공연 '굿 GOOD보러가자' / 뉴시스

[중부매일 문화칼럼 이창근] 그랬슈, 그류, 글쎄유, 물러유는 충청도를 대표하는 사투리다. 특히, '그랬슈'는 억양에 따라 긍정도 부정도 아닌 속내를 감춘 모호한 표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충청도 사람 특유의 여유가 느껴지는 말이다. 필자는 지난 8월 2일 태안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충남문화재단 주관의 '2018 그랬슈 콘서트'를 참관하게 되었다.

이 공연이 낯설지 않은 것은 필자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한국문화재재단이 2004년부터 현재까지 15년간 무형유산을 소재로 전국 각지의 문화소외지역을 순회하며 전통문화의 신명을 전했던 '굿GOOD보러가자'라는 공연을 늘 지켜봐왔기 때문일 것이다. '굿GOOD보러가자'라는 공연제목에서의 '굿'은 굿이라는 우리의 무속을 지칭하기도 하지만 넓게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총칭한다. 발음과 같은 영어의 Good(좋은)으로도 해석하여 그야말로 좋은 구경할 수 있는 전통문화의 한 판을 전국 관객들에게 선사하기 위해 공연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이렇듯 네이밍의 미학이 결국 공연 브랜딩과 관객 공감으로 이어져 '굿GOOD보러가자' 공연은 우리 전통문화의 대표적인 국악콘서트로 자리매김하였다.

네이밍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네이밍 개발의 아이디어 발상과 그 의사결정권의 변화과정 속에서도 꾸준히 유지되어 지속시켜주는 힘이 결국 브랜딩으로 구현되어 대중에게 각인되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015년부터 시작하여 올해 4년 차를 맞이한 <그랬슈 콘서트>는 구성과 형식, 내용 면에서 친근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갔슈."(돌아가셨습니다), "그류?"(그렇습니까?) 등 충청도 사투리는 ∼겨, ∼여, ∼유가 붙는다. 대개는 말끝을 길게 늘린다. 충청도 사투리가 맛깔나고 구수한 느낌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느리다는 핀잔을 받기도 한다. 말뿐만 아니라 행동까지. 특히, 이러한 충청도 사람들의 특성 때문에 선거철에는 마지막까지 충청도 표심을 읽기도 힘들고, 알 수도 없다는 말까지 정치권에서는 늘 회자한다. 정치인 중엔 경상도 출신의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갱제(경제)를 살리자'고 했다면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역시 충청도 사투리를 '기맥히게' 잘 썼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랬슈 콘서트는 충청도 사람처럼 야무지지만, 거짓이 없고 해학과 풍자, 반전의 미학이 있는 국악콘서트라는 의미에서 작명했다고 한다. 또한 반갑다는 영어 'Great to see you'와 성음이 같아서 영문제목으로도 같이 사용하고 있다. 필자가 참관한 그랬슈 콘서트 태안공연의 첫 번째 무대는 '행복을 전해주는 소리 花'로 이번 태안편에서는 충남무형문화재 제24호 태안설위설경을 모티브로 충남의 독특한 특색을 지닌 설위설경의 의식과 제의형식을 기원과 축원,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예술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소리 花'에는 몽골과 베트남 예술가도 함께 출연하여 하모니를 이뤘다. 두 번째 무대는 영화 서편제의 주인공이며 『굿GOOD보러가자』의 사회자로 오랫동안 참여하여 전국에 국악열풍을 이끌었던 오정해가 이 날은 공연자로 캐스팅되어 무대에 올라 '배띄워라'와 '홀로아리랑', 그리고 '목포의 눈물', '진도 아리랑'으로 태안 군민들을 매료시켰다. 세 번째 무대는 뜬쇠예술단과, 전통예술단 혼이 농악과 무용이 한데 어우러진 판굿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창근 문화기획자·문화칼럼니스트
이창근 문화기획자·문화칼럼니스트

그러나 공연을 참관하며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랬슈 콘서트 특유의 무형유산과 관객의 소통을 이끌지는 못했다. 무용단 군무가 공연 전체의 주요한 역할이 되어 소재와 주제를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연출이 강조된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진행방식이 아쉬웠다. 국악콘서트는 역시 소통이기 때문에 사회자의 진행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서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국악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되고, 또 국악공연답게 너스레를 떨며 관객과 대화하는 기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날은 아나운서로 생각되는 사회자가 등장하여 프로그램과 프로그램을 잇는 건조한 진행이었다.

그랬슈 콘서트의 대중적 인기는 이미 지난해 증명됐다. 충청도의 정서를 잘 나타낸 네이밍을 통해 브랜딩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충남문화재단의 공연기획자에게 충남 출신으로서 감사한 마음까지 들기도 한다. 그랬슈 콘서트는 더욱 관객들과 소통하고 우리 국악, 무형유산을 소통할 수 있는 공연으로 지속 발전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충청도 사람들의 입에서 '만나서 반가웠슈, 언제 또 와유'라는 즐거운 아쉬움이 새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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