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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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매일 사설] '엎친데 덮친격'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경제는 얼어붙었고 최저임금은 지나치게 인상됐으며 여기에 불볕더위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개인사업자)들은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대출증가 속도다. 장사는 안돼서 대출을 늘리고 그래서 이자부담이 가중되는 최악의 악순환으로 자영업자들은 더욱 힘겨운 여름을 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금리가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대출금리도 올라 개인사업자 대출이 추후 금융시장의 리스크로 작동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2018년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은 우려했던 그대로다. 지난달 말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04조6천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2조5천억 원 늘었다. 특히 지난 2월 이후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2조원 대 증가세를 유지했다. 지난달 증가 규모는 3월(+2조9천억 원) 이후 최대였다.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은 모두 15조8천억 원 증가했다. 연초부터 7월까지 은행의 전체 기업 대출 증가액(+30조8천억 원)의 절반을 개인사업자 대출이 끌어 올린 것이다.

반면 이 기간 중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달 4조8천억 원 증가하며 3월(+4조3천억원) 이후 증가 규모가 가장 작았다. 하지만 가계대출 규제의 풍선효과로 상대적으로 대출이 쉬운 개인사업자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받을 때 개인 자격으로 받으면 가계대출이고, 사업자등록번호로 받으면 사업자금 대출이기 때문이다.

개인사업자 대출이 급증하면서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제 2 금융권이 타격을 받을 수 있고 경기에 민감한 부동산과 연동될 수 있는 불안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여파로 국내 금리 상승, 부동산 가격하락 등으로 금융시스템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자영업자의 평균 존속기간은 3년 정도에 불과한데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돈이라면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없다. 또 개인사업자 대출은 기업대출이라는 점에서 가계대출의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에 존재한다는 점도 정확한 대출규모 파악에 어려운 점이다. 무엇보다 금리가 오르고 영업환경이 악화돼 자영업자 경영부담이 가중되면서 대출부실이 확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3월 말부터 개인사업자 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자영업자의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으나 별다른 효과를 못 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자영업자 대출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기업 구조조정 이후의 취업난 등으로 임금노동자가 될 수 없는 현실에서 추세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출증가가 더 빨라진다면 헛돈만 쓰고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도미노처럼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자영업자 대출을 가계부채와 연결시켜 정확한 처방을 대책을 제시하고 서민경제 악화의 후유증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600만 명에 달하는 자영업자중 상당수가 빚에 시달린다는 것은 절대 간단히 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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