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 목욕탕과 찜질방 등에 CCTV를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탈의실 등에서 빈발하는 도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불가피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 목욕탕 업주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실제 CCTV 설치 이후 옷장털이범을 검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불가피성을 내세운다.
 하지만 목욕탕에 설치된 CCTV는 은행이나 상점 등의 경우와는 다르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자신의 몸이 누군가에게 관찰된다는 사실은 자기 몸에 대한 온전한 권리 행사를 침해받는 중대한 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탈의실 내 CCTV 설치 사실을 몰랐다면 자신의 동의없이 이루어진 신체 촬영에 대해 극심한 불쾌감과 부당함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자신이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됐다고 판단된다면 이를 묵과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것이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동의 없이 이루어졌거나 선의로 양해된 촬영내용이 타인의 관음증을 충족시키며 인터넷 공간서 떠돌아다니는 현실이다. 성인 사이트나 기타 인터넷 게시판마다 ‘전국 목욕탕 탈의실 몰카 CCTV 실시간 감상’이라는 광고가 버젓이 등장하고, 분명 여러 목욕탕에서 촬영한 것이 분명해보이는 동영상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이용객들의 재산상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선의로 CCTV를 설치하는 목욕탕 업주들을 모두 의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CCTV라는 문명의 이기가 불순한 의도를 지닌 상업적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만일 CCTV 촬영분을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해놓거나 컴퓨터 파일로 저장한다면 이를 ‘목욕탕 몰카’라는 이름으로 사이버 공간에 유출시키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혹은 업주들 주장대로 CCTV 시스템 상 녹화방지 기능이 있어 외부 유출 가능성이 없다면 그 또한 CCTV의 효용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녹화되지 않는 CCTV라면 순간 경고장치 등이 없는 한 육안으로 범행 현장을 포착케하는 기능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이용객들의 인권을 담보한 것치고는 기대 효과가 너무 미미하다고 하겠다.
 CCTV의 설치를 놓고 이용객과 업주 간에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이에 관해 확고한 대응방침을 정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현행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몰래카메라로 타인의 신체를 촬영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지만 단순한 카메라 설치에 대해서는 처벌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탈의실에 안내판을 붙일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범죄 예방 차원에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처지다. 자치단체 또한 CCTV 촬영분의 외부 유출시 사법기관에서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이처럼 CCTV 설치 논쟁은 디지털 기술의 놀라운 발전 속도에 비해 일종의 지체현상을 보이고 있는 법제도화의 틈새를 파고드는 인권침해 행위 앞에 속수무책인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심지어 범죄행위에 연루될 소지가 다분한 이러한 사안에 대해 하루빨리 확고한 법적 대응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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