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종시 교육부 전경. / 뉴시스
세종시 교육부 전경. / 뉴시스

[중부매일 사설] 최근 상당수 지방사립대가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대학구조개혁이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사학비리를 뿌리 뽑겠다며 집중적인 감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만성화된 사학비리가 근절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제껏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대학이 많았지만 문제가 된 대학 중에는 살아남은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교육부가 변죽만 올릴 것이 아니라 비리가 있는 대학은 퇴출될 수 있다는 확실한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

그동안 크고 작은 사학비리는 늘 발생했지만 이번에 제보된 비리는 관련 대학과 건수가 의외로 많았다. 교육부가 지난해 9월부터 국민제안센터를 통해 접수된 비리는 전국 79개 대학 128건에 달했다. 교육부는 최근 30명 규모의 '사학비리척결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추가로 감사 작업을 벌이고 있어 비리 건수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2015년부터 올 7월까지 교육부 감사에서 비리 사실이 적발돼 검찰에 고발·수사의뢰 된 사립대는 일반대 32곳, 전문대 13곳, 대학원대학 1곳 등 총 46곳에 이른다. 대학을 흔히 '진리의 상아탑', '학문의 전당'이라고 부르지만 내부적으로는 악취가 날만큼 부패한 대학이 많다는 얘기다.

실례로 충북 모 사립대 사례는 혀를 차게 한다. 이 대학총장은 대학을 인수한 이후 2013년 3월부터 3년여 간 자신이 부담해야할 총장 관사 관리비 4천620만원을 법인과 교비 회계로 대납했다가 작년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드러났다. 윗물이 지저분하니 아랫물도 마찬가지였다. 이 대학 학생처 직원이 개인 용도로 대학발전기금 2천264만원을 유용했다가 적발됐으며 2014년 2월 14일부터 2016년 2월 25일까지 입시정책위원회 당연직 위원으로 참석한 교직원 16명에게 위원회 참석 수당 명목으로 1천380만원을 부당 지급했다. 학교예산을 '쌈지돈'처럼 쓴 것이다. 그런데도 이 대학은 재정지원제한대학에 포함되지 않았다. 충북지역 또 다른 사학은 2018학년도 만화·애니메이션콘텐츠과의 모집정원(30명)보다 61명을 초과 모집했다가 교육부에 발각됐다. 대학입학전형 기본규정을 우습게 안 것이다.

대학은 이미 위기수준을 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수준의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쓰나미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방사립대의 경쟁력은 끊임없이 추락하고 있다. 비싼 학비를 내고 졸업하면 혹독한 취업난이 기다리고 있다. 이 때문에 매년 대학편입시험에 20만~30만 명씩 응시하고 있다. 지방사립대와 전문대 재학생들이 새 학기만 되면 수도권 대학으로 옮기려고 기를 쓰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부실한 지방 사립대는 스스로 문을 닫든가 아니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학과와 정원을 대폭 줄여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택해야 한다. 그런데도 일부 사립대는 정신을 못 차리고 각종 비리에 휘말리고 있다. 이런 대학에서 국가의 허리를 책임질 인재를 양성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 어렵다. 교육부가 비리척결을 위한 칼을 빼들었으면 확실히 매듭을 져 사학의 쇄신(刷新)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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