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새로운 정당으로 바뀐다는 기사가 정치면 머리를 장식하고 있다. 새로운 이념이나 정책을 적용하기 위한 정당개혁은 정당성을 부여받는 것이 관행이다. 신당화 작업도 민주당의 출생과 발전에 내재한 오류로부터 출발한 것이라면 잘못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개혁을 추진하는 사람들에게 신당작업이 필요한 것은 몇가지 유리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신당이 노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 의해 추진되는 경우, 현정부의 정책방향을 충실히 지지하는 명실상부한 여당이 된다. 또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구 주류들을 정책결정과정에서 배제한다면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과 부산지역 주민의 지지를 확대하는데 매우 유리하게 된다. 더욱이 변화가 어려운 현 민주당의 중도 온건 정치노선을 바꾸어 나갈 수 있다. 아마도 현재의 분위기로는 더 진보적인 방향으로 나갈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유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현재 민주당의 신당화 작업은 시간과 시각에서 잘못된 것 같다. 정당의 개혁은 대선이 끝난 후 바로 추진되었어야 했다. 신정부의 개혁정책과 시점을 같이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편 개혁의 방향이 노대통령 시각에 맞추어 이루어지는 것도 문제이다. 외부에서 볼 때 민주당의 개혁은 유권자가 아닌 새 대통령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또 하나의 私黨化 작업으로 보인다.
 현실에서 정당이 지지기반, 이념, 정책 방향 등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미 대통령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현 민주당이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았으므로, 기존의 정당구도를 변화시키는 것은 지지유권자의 뜻에 반하는 변혁적 행위로 보일 수 있다. 신당화 작업이 향후 정치일정을 신중히 고려해야 하는 것도 이 이유이다.
 저명한 정치학 교수인 헌팅턴의 정치발전 기준인 제도화 과정에 내포되어 있는 자율성, 응집성, 지속성, 복잡성의 요소를 정당발전 기준으로 채용해 보자. 신당 작업행위는 상식적인 정당발전 기준을 적용해 보더라도 순리를 벗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자율성이란 지도자로부터의 정당 독립성을 의미한다. 대통령 당선의 遠因이 된 3당통합 반대도 노대통령의 정당 자율성 중시 증거이다. 그러나 새 정당은 노대통령의 사당이 되는 것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응집성이란 소속 정당인의 당에 대한 충성심을 가리킨다. 철새정치인이 출현하는 것은 응집성이 약한데 원인이 있다. 당장 정치를 계속하기 위해 신당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충성심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상식이다.
 지속성이란 정당의 나이가 전통을 세울 수 있을 만큼 오래 되어, 이념과 정책방향이 보편적 사고에 부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정당의 출현은 정당의 단절성만을 가져온다.
 복잡성이란 분화와 전문화가 심화되는 것으로, 정당이 단순한 명령체계만으로 운영되는 것을 경계하는 개념이다. 현대 사회에서 지도자의 명령이 제도적 절차를 벗어나는 예외적인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러한 정당 발전 기준을 보면 현재의 신당화 시도는 발전의 양상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과도기의 정쟁 모습으로 비친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민주당은 정치인의 것만이 아니고, 모든 정치 참여자의 정당이다. 신당화 작업이 합리적인 정당을 소유할 수 있는 유권자의 선택 권리에 반하는 정치인들의 독선적인 선택이 아니길 바란다.
 /충북대정외과교수 김 도 태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