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사람 받는 사람만 아는 '위험물질'
"택배 운반,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지난 11일 오전 7시 59분께 청주시 서원구의 한 택배업체에서 병원 연구용으로 운반 중이던 이황화탄소 1천㏄가 누출돼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청주서부소방서 제공
지난 11일 오전 7시 59분께 청주시 서원구의 한 택배업체에서 병원 연구용으로 운반 중이던 이황화탄소 1천㏄가 누출돼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청주서부소방서 제공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청주의 한 택배회사에서 화학물질 운반 중 화재가 발생했으나 시험·연구·검사를 목적으로 하는 소량의 유해화학물질의 경우 관련법 적용을 받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1일 오전 7시 59분께 청주시 서원구의 한 택배업체에서 병원 연구용으로 운반 중이던 이황화탄소 1천㏄가 누출돼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물품 상자를 옮기던 직원 A(32)씨가 손등에 화상을 입었다.

인근에서 작업하던 B(23)씨는 구토증세를 보여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황화탄소는 인화성액체 중 위험등급이 가장 높은 4류 위험물로 분류된다.

매일 격무에 시달리는 택배업체에서 이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들은 택배 집하장에서 택배상자를 차에 싣던 중 갑작스러운 폭발로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관계자에 따르면 "이황화탄소는 끓는점이 영상 46.3도 밖에 되지 않으며 영하 30도에서도 불이 붙는 특수인화물이다"며 위험성을 강조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직원의 진술에 따르면 상자 내부에서 액체가 흘러나온 정황 등이 확인됐다"며 "보낸 업체와 받는 업체 모두 유해화학물질 취급에 소홀한 점이 없었는지 면밀히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명확한 화재원인 규명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며 폭염과의 관련성 여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화재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그러나 화재원인에 대한 조사가 완료되더라도 실질적인 관련자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위의 사례는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 면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화학물질관리법 제1절 유해화학물질 취급기준 제13조에 따르면 유해화학물질 운반을 위해서는 전문 관리자 참여 및 방재장비 구비 등 엄격한 관리체계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화학물질관리법 제29조에 따르면 시험용·연구용·검사용을 목적으로 운반하는 경우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에 대한 면제(취급기준 조항 미적용)가 가능하다.

이은석 청주대학교 응용화학과 교수는 "법적 면제 조항이 있더라도 이황화탄소 같은 위험성이 높은 물질을 택배로 주고  받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요즘 같은 폭염이라면 끓는점이 낮은 이황화탄소가 기화·팽창하면서 용기를 손상시켰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며 운송 시 사용된 용기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