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중부 생시몬이라는 작은 도시에는 허스트 캐슬이라는 커다란 집이 있다. 신문왕 허스트가 지은 별장인데 후손들이 관리하기 힘들어 무료로 주정부에 기증했다는 명소이다. 부자의 별장에 불과한 이 집을 미국민은 역사적 유물로 분류하여 보존하고 있으며, 오늘날 많은 관광객이 이를 보려고 찾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충청북도 주민들에게 공약실천 의지를 보여준 첫 사례가 청남대의 개방이다. 환영받을 일이며,이제 전국에서 구경하러 오는 시민들에게 문을 연다. 이를 보며 반가움과 서운함이 함께 있어, 허스트 캐슬을 머리에 떠 올리며 그동안 느낀 청남대 개방 유감을 기록한다.
 청남대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보도를 처음 접한 날 기뻤던 이유는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서였다. 권위주의 독재 시절을 살아 본 우리는 집권자가 공약한대로 청남대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을 보면서 당연하지 않은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으로 청남대를 이양받는 충북도의 태도는 유감스러웠다. 언론에 보도되는 그들의 고민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얼마의 인수금액을 지불하나, 어떻게 사용하나, 지역 주민의 이익은 어떻게 되나 등등. 그러나 이 고민은 충북도 당국이 청남대 문제에 잘못 접근한 결과이며, 도민에 대해 책임을 느껴야 할 부분이다.
 청남대의 재산가치가 100억원을 넘고,그 관리비만도 30억원에 이른다고 하니,이를 넘겨받는 도 정부의 걱정도 무리는 아니다. 또한 역대 대통령이 사용하고,이제 국민에게 반환되는 청남대는 역사적 물건으로서의 가치가 존중되어야 하는 바,이를 관리해야 할 도정부의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청남대가 우리 손으로 넘겨진 이상 냉정히 검토해야할 최우선 사항은 청남대의 의미와 주인의 실체 문제이다. 청남대는 그것이 어디에 위치하건 전국민이 주인이 되는 현대역사의 유물이다. 엄격히 보존되고 관리되어야 할 문화유산인 것이다.지역내 언론매체에서는 사용방안 논의 프로그램을 통해 청남대를 개조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기도 하였는 바, 이 논의는 어리석은 것이다. 청남대는 청남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청남대는 사고 팔 물건이 아니며, 충청북도 도민과 행정당국은 단지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따라서 그 인수대금을 충북주민의 세금으로 지불하는 일은 적절하지 않다. 또한 충청북도가 소유권을 이전해 왔더라도, 향후 관리비는 중앙정부와 우리 전사회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우리사회와 중앙정부가 전국민의 재산이어야 할 청남대의 관리책임을 충청북도에 이관시키는데 따른 보상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청남대를 인수받은 충청북도는 관리비를 마련하기 위해 무리하게 청남대를 개조하거나, 대폭적인 개방으로 이를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원형대로 보존하는 것이 청남대 관리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부자의 별장에 불과한 허스트 캐슬을 소중하게 보존하는 미국사회를 목격한 바 있는 필자는, 민주발전의 역사적 의미가 부여된 청남대가 도정부의 관리비 마련 우선 정책으로 훼손될지 모른다는 걱정 속에 초조하게 관람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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