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극심한 폭염으로 일 최저기온이 영상 25도를 넘어서는 열대야가 지속된 6일 저녁, 무더위에 지친 시민들이 청주 무심천 등 하천변으로 나와 거리 공연을 관람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 신동빈
극심한 폭염으로 일 최저기온이 영상 25도를 넘어서는 열대야가 지속된 6일 저녁, 무더위에 지친 시민들이 청주 무심천 등 하천변으로 나와 거리 공연을 관람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 신동빈

[중부매일 기고 장석윤]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가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폭염·열대야 일수가 사상최고였던 1994년을 넘어서 역대 1위를 기록하는 등 연일 40℃를 넘는 폭염과 열대야로 잠을 못 이뤄 온열환자까지 급증하고 있다. 유엔 산하기구인 '지속가능에너지기구'는 냉각장치가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 국가의 약 11억명이나 온열질환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폭염으로 인한 농가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전국에서 총 2천334.8㏊의 농작물 피해가 보고됐으며, 작물별로 보면 과수가 1천105.8㏊로 피해가 가장 컸고, 특작 549.4㏊·채소 420㏊·전작 196.6㏊·벼 63.0㏊ 등이 뒤따랐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폭염이 앞으로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폭이 세계 평균에 비해 크기 때문이다. 지난 100년간 세계 평균 온도는 0.74℃ 상승했다. 반면 우리나라 6대 도시는 1.7℃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진행속도가 세계 평균을 웃도는 셈이다.

특히 열섬효과 등으로 도시의 기온상승률이 30% 이상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우리나라 근해 표면수온도 41년간(1968∼2008) 평균 1.31℃ 상승해 세계평균 0.5℃ 상승을 크게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재산피해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소방방재청이 집계한 1960년대 이후 기상재해에 따른 연평균 재산피해액은 2000년대 들어 2조원을 상회해 1990년대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또 최근 100년간 기상재해에 따른 피해액이 가장 컸던 10번 중 6번이 2001년 이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기후 현상으로 발생하는 막대한 피해액은 국가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사회기반시설에 타격이 큰데, 지난 2007년의 경우 풍수해 총 피해액의 62%가 사회기반시설에 집중됐다. 또 사회의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간접적인 피해도 무시하지 못한다. 농작물 피해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소비 심리가 악화되며, 폭염 및 열대야가 발생하면 각종 전염병이 창궐하고 에너지 소비가 급증한다.

기상청과 국립환경과학원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한반도 기온은 2050년이 되면 2000년 대비 2℃, 2100년에는 4℃ 오른다. 강수량도 2100년이 되면 2000년보다 17∼2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수량의 시·공간 변동성이 증가하고 가뭄 강도 역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제 폭염을 비롯한 기상이변은 전 지구적이고 상시적인 현상으로 봐야 한다. 특히 최근 들어 저명한 지구온난화 회의론자까지 '전향'하게 할 정도로 기후변화의 재앙이 심각한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지구온난화 회의론자인 리처드 뮬러 미국 UC 버클리대 교수가 기존의 입장을 180도 뒤집고 지구온난화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 바로 반증이다. 1988년 미국 상원에서 처음 지구온난화 문제를 제기했던 제임스 핸슨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연구소장도 과거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온난화 예측은 맞았지만 얼마나 빨리 이상기후가 초래될지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며 자신이 너무 낙관적이었음을 스스로 자책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기후변화는 이미 돌이킬 수 없고 범국가적 차원의 대책도 매년 그때뿐인 상황의 되풀이다. 우리에게 더 절실하고 시급한 것은 기후변화 적응과 예방이다. 지금까지와 같은 즉흥적이고 피상적인 대응책을 내놓는 데 그치서는 안된다. 특히 폭염은 혹한이나 폭우와 같은 다른 기후재난에 비해 상대적으로 등한시 해왔다. 그 피해도 주로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이나 농·수·축산 농가에 집중됐다. 기후변화 시대에 몇 십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이니 하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기후변화는 이변이 아니라 일상이라는 인식의 장기적 정책 수립이 전제가 돼야 한다.

장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장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반면, EU(유럽연합)나 일본,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농업의 다원적, 공익적 기능에 대한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식해 수자원 함양, 수목, 토양보전 등 자연환경적 정책에 중점을 두고 장기적인 마스터 플랜을 구축하여 왔다. 이제는 매년 반복되어가고 있는 폭염에 대응하기 위해 옛 우리선조들의 농사·농업의 다원적 기능중 하나인 자연친화적 폭염대응은 물론, 사전조사연구로 지역별 여건과 특성에 맞는 근본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관련부처와 우리모두가 지혜를 속히 모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