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박은하 자유기고가·여행작가

/ 클립아트코리아
/ 클립아트코리아

[중부매일 문화칼럼 박은하] "나도 거기 가봤는데 사람만 많고 볼 거 하나 없더라." 같은 여행지를 다녀와도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다. 나는 여행작가다. 여행지를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일을 한다. 어디가 가장 좋은 여행지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사람마다 여행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SNS와 여행 TV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어느 곳이 좋다더라' 소문이 나면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그곳으로 향한다.

지난달에 있었던 일이다. 한 온라인채널에 오스트리아 할슈타트를 소개하는 글을 썼다. 달력에 나올법한 풍경사진을 썸네일로 걸어 놓아서인지 며칠 사이 15만에 이르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댓글이 100개에 이르렀는데 대부분 할슈타트를 다녀왔던 사람들이 의견을 남겼다. 댓글은 크게 두 종류였다. 정말 아름답고 멋진 여행지였다는 댓글과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만 구경하고 왔다는 댓글. 같은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는 인생 여행지가 되기도 하고, 누구에게는 그저 그런 여행지가 되기도 한다.

할슈타트는 오스트리아 잘츠카머구트에 있는 한적한 호수마을이다. 동화책에 나올법한 아기자기한 풍경이 매력적인 곳이다. 언젠가부터 이 마을이 유명해 지면서 단체관광객은 물론이고 개인관광객까지 몰려들고 있다. 한적할 때 다녀왔다면 인생 최고의 여행지로 손꼽을 만큼 기억에 남는 여행을 했겠지만 성수기에 다녀왔다면 관광객이 너무 많아 복잡한 거리만 걷다 왔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관광객이 많이 오지 않는 날을 골라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유명한 여행지를 느긋하게 즐길 수는 없을까? 보통 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성수기나 피크시간을 피해 다니면 한결 한산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예를 들면 비수기에 방문하거나 오후 늦게 관광지에 도착해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점심쯤 빠져나오는 것이다. 유명 관광지에서 숙박을 하는 것이 비용적으로 부담스럽긴 하지만 오롯이 그곳만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한 번쯤 시도해 볼만 하다.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곳이 어디 할슈타트뿐이겠는가. 세계는 지금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이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는 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현상을 말한다. 관광객이 마을을 점령해 환경을 파괴하고, 거주민의 삶을 침범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환경문제, 교통문제, 범죄문제 등 다양한 부작용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박은하 자유기고가·여행작가
박은하 자유기고가·여행작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북촌, 전주 한옥마을, 제주도 등 곳곳에서 오버투어리즘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주민의 사생활이 침해당하고, 관광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 등으로 환경문제 또한 심각하다.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대처방법도 지역마다 제각각이다. 부탄은 한 해 입국자 수를 제한했고,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신규 호텔 허가를 중단했다. 지난 4월, 보라카이는 환경보호를 위해 섬을 폐쇄했다. 일본은 2018년 6월, 민박법을 시행하면서 허가받지 않은 민박들을 모두 퇴출시켰다.

우리도 관광객 유치에만 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관광 콘텐츠 개발과 정책 등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아름다운 자연과 훌륭한 문화유산을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관광지 방문 예약제나 인원제한,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 개발 등이 있겠다. 여행 방송이나 강의에서도 여행지를 소개하고 끝날 것이 아니라 여행자가 지켜야할 에티켓과 도덕적인 책임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으면 한다. 여행사 또한 어느 지역이 인기가 좋다 하면 비슷한 상품을 만들어 팔기 보다는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했으면 좋겠다. 관광객 스스로도 에티켓을 지켜야 한다. 유명 관광지에 가서 사람이 많다고 탓하기 보다는 나 먼저 여행자의 매너를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 "아니온 듯 다녀 가소서"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