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학노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한국원자력학회-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 기자회견에서 2018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학노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한국원자력학회-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 기자회견에서 2018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부매일 사설] 말복(末伏)이 지나고 처서(處暑)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숨 막히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유례없는 더위에 각 가정에서는 에어컨이 없으면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지만 서민들은 전기세 때문에 이중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연료비 부담이 급증하고 원자력발전소 정비 증가에 따른 원전 가동률 급락으로 한국전력 실적이 6년 만에 3분기 연속 적자로 1조원 적자 공기업으로 전락하면서 전기요금이 인상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얼마 전 김종갑 한전 사장이 페이스북에 '콩 값보다 싼 두부 값'을 거론한 것은 누가 봐도 전기료 인상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섣부른 탈(脫)원전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을 이제야 국민들이 체감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골자로 한 에너지 전환정책으로 일시적으로는 관심을 끌 수 있을지 몰라도 '탈 원전'정책으로 인한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들도 원전의 소중함을 깨달고 있다. 이는 어제 발표된 여론조사가 말해준다. 한국원자력학회와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 과학기술포럼 등 3개 단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7일 만 19세 이상 1천명에게 전화로 의견을 물은 결과 원자력발전 이용에 대해 응답자의 71.6%가 찬성했다. 반대는 26.0%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에서 원전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도 37.7%나 됐다.

국민여론을 떠나 탈원전으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도 만만치않다. 얼마 전 한전은 150억 파운드(22조원)규모의 영국원전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었다. 영국 원전에 이어 내년에 결정될 사우디아라비아 원전수주 가능성도 낮아졌다. 국내에선 설 자리를 잃었는데 해외수주가 힘들어진다면 원전사업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 당장 2020년 신고리 5·6호기가 완공되면 국내 일감도 사라진다. 반면 원전 강국인 일본, 프랑스 러시아 등은 정부와 정치권 등이 똘똘 뭉쳐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도 최근 한국의 원자력 발전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기술 기반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공세로 우리나라 수출의 버팀목이었던 반도체마저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원전수출길이 막히면 국가경제에 마이너스다.

무엇보다 당장 국민들이 전기요금 인상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값싼 원전 대신 비싼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이 늘면서 전기 원가라고 할 수 있는 전력생산비도 가파르게 늘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못을 박았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의 경부하 요금(심야시간대 싼 전기요금) 체계를 바꿔 사실상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택용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탈원전을 고집할수록 원전수출에 부정적이고 한전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대다수 국민과 전문가들도 원전 활용을 원하고 있다. 이젠 정부가 탈원전을 밀어붙이기보다 에너지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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