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놀랄 만큼 빨리 정보화 사회로 재구조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가 ‘IT 강국’으로 떠안아야할 부산물이 만만치 않다. 불과 몇 십년전만 해도 상상조차 못했던 다양한 컴퓨터, 인터넷 관련 사건 사고들이 매일같이 신문지상에 오르는가 하면 디지털 강국의 미래를 우려할 만한 증후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이 발표한 중·고등학생의 인터넷 중독 실태는 익히 짐작했던 대로였다. 경기도내 중고생 764명 중 38.5%가 중독 초기, 2.9%가 중증으로 전체의 41.4%가 인터넷 중독증세를 보였던 것. 특히 이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학업성적이 낮을수록, 평균 사용시간이 길수록, 인터넷을 게임과 통신용으로 주로 이용할수록 중독증상이 심했다는 점이다.
 또한 인터넷 중독 초기와 중증으로 분류된 청소년들의 경우 규칙적 식사, 위생적 생활 등 11개 항목으로 이뤄진 건강증진 생활양식 평가에서 비중독자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 인터넷 중독이 생활양식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잘 드러내주었다.
 이처럼 인터넷 중독이 대인기피증이나 자폐증, 강박관념 같은 증세를 보이면서 정상적 사회화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도 우려스럽지만, 사이버 공간에서의 도덕성 상실에 따른 청소년들의 범죄행위가 늘고 있는 것도 걱정스럽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통신·게임 아이템 사기와 타인의 인적사항을 도용,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사이버 범죄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 증가한 924건을 기록했는데, 이중 85%를 차지한 연령층이 10~20대였다.특히 미성년자인 10대는 44명이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돼 사이버 공간에서의 청소년 범죄 근절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4일에는 과거 고교 재학시절 전자상거래 프로그램을 개발·판매하는 벤처기업 창업으로 ‘제2의 빌 게이츠’라 각광받기도 했던 20대 중반 한국과학기술원생이 불법 프로그램 판매 혐의로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지난 2000년 3월부터 4천120여차례에 걸쳐 1억4천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데 과연 컴퓨터 천재답게 수법도 치밀하고 조직적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현실 공간 못지않게 사이버 공간에서의 도덕규범 내면화와 법질서 준수에 대한 강제가 절실함을 잘 말해준다. 점점 고도화될 정보화 시대를 맞아 사이버 공간에서의 사회적 관계 정립을 위한 교육이 절실해지는 것이다.
 특히 성장단계에서부터 컴퓨터, 인터넷을 일상적인 삶의 환경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어린이·청소년층에 대한 지도가 필수적이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 키우는데 가장 큰 걱정거리가 컴퓨터, 인터넷, 게임 등이라고 말한다. 컴퓨터를 제대로 활용하는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주도하는 21세기 디지털 문명사회를 가치관 혼돈 없는 쾌적한 공동체로 가꾸어나가기 위해서는 각 가정과 학교, 사회 모두의 분발이 요구되고 있다. 컴퓨터를 잘 모르는 기성세대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인터넷 환경에 개입하고 개선해나가려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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