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관이란 모름지기 역사적으로 기념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될때 짓는 것이 상식이다. 그리고 그 기념관은 화석적인 유물의 전시 일변도에서 탈피하여 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제공되는 것이 순리다.
 현대미술작품을 주로 전시하고 있는 파리의 명물 퐁피두문화센터는 1969년 드골에 이어 프랑스 대통령을 지낸 퐁피두 대통령을 기념하여 그렇게 이름지었다. 이를테면 위대한 지도자와 예술의 만남이다.
 워싱톤D.C에는 두 개의 대통령 기념관이 있다. 그 하나는 노예를 해방시킨 링컨 대통령의 기념관이고 또 하나는 미 헌법의 기초를 다진 토마스 제퍼슨의 기념관이다.
 다니엘 프렌치의 설계로 지어진 이 건물에는 링컨의 거대한 석상이 자리잡고 있으며 링컨의 명 연설문인 '게티스버어그 연설문'이 조각되어 있다.
 이곳은 링컨 대통령의 기념관 역할을 하면서 미국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모임이 열려왔다. 시민운동의 모임장소로도 많이 활용되었는데 미국의 시민운동가 마루틴 루터 킹도 이곳에서 유명한 연설문을 남겼다.
 참여정부의 노무현 대통령이 청원군 문의면에 있는 대통령 별장, 청남대의 반환 공약을 이행하면서 소유권, 관리권을 충북도로 넘겼다.
 충북도로 이관될 당시인 지난 4월, 문의면 일대에는 환영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한바탕 주민잔치로 북적댔다. 청남대 때문에 20년이 넘도록 주민의 생업이 크게 지장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충북도대로, 문의 주민은 주민대로 관광자원의 활용과 경기활성화를 내다보며 저마다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그 꿈은 약간 빗나간 상태다.
 청남대 방문 인터넷 예약이 폭주하여 금세 '관광 대박'이 터질 줄 알았더니 관광인파가 솔솔 줄고 뜻하지 않은 관리난에 봉착하게 되었다. 1인당 2천원의 입장료로는 청남대 관리비에 턱도 없이 모자란다.
 연 관리비는 50억원인데 수입은 고작 8억원이어서 고스란히 42억원을 손해보게 될 처지에 놓였다.
 주민들 사이에도 불만이 적잖게 터져 나오고 있다. 문의 지역경기 활성화를 은근히 기대하면서 은행 융자까지 얻어가며 가게를 고쳤는데 매상이 종전이나 크게 다를바 없다고 한다. 청남대 관광객들은 셔틀버스에 옮겨타고 관람을 마친뒤 곧장 집으로 가기 때문에 문의 바닥에 돈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또한 청남대가 개방되었어도 대청호는 상수도 보호구역인지라 고기잡이를 마음대로 할 수없고 유람선도 띄울 수 없다. '그렇다면 청남대가 애물단지가 아닌가'하는 볼멘 소리가 지역사회 일각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일이 이렇게 꼬이자 충북도에서는 타개책의 일환으로 대통령 전시관의 구상과 더불어 입장료를 1인당 5천원으로 두배 반이나 올릴 계획으로 알려졌는데 대통령 전시관의 경우 시민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역대 대통령의 별장이었다는 부가가치는 인정하나 그 가운데는 이 나라 민주주의의 싹을 짓밟은 실패한 대통령이 청남대에 첫 주인이었다는 점에서 꺼림칙하다. 자고로 실패한 지도자의 기념관은 없는 것이다.
 청남대의 해법은 단순한 입장료 인상이나 기념관, 전시관 정도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별장이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속적인 관광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호기심에 한번 와 보는 정도지, 와 본 사람이 또 오는 연속적인 유인효과는 별로 없다.
 청남대를 체류형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실제로 이곳이 이용돼야 한다. 퐁피두 문화센터처럼 유수의 미술관으로 꾸미던지, 컨벤션 센터로 만들어 굵직 굵직한 국제회의를 유치하는 방안을 강구해 보는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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