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현구 충남 내포·홍성·예산 주재

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8.8.14 /연합뉴스
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8.8.14 /연합뉴스

[중부매일 기자수첩 최현구] 한때 차기 대권 유력 후보자로 분류돼 승승장구하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일장춘몽'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재직시절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것으로 비춰졌던 안희정의 속내가 이중 가면을 쓴 늑대의 모습으로 탈바꿈하며 민심의 공분을 산 것이다. 재판부 역시 민심과 괴리된 판결로 여성단체에게는 명분을 제공하게 됐고 여성단체는 검찰에 즉시 항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 판결로 여비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는 결국 여성이라는 오점만 남기게 됐다. 과거 여성 유권자에게 깨끗한 이미지로 차기 대통령감으로 급성장했던 그의 언변과 행동들이 이번 사건으로 얼마나 가식적이었고 허망한 것이었는가를 국민들은 느꼈을 것이다. 안희정 본인에게는 미투운동의 최대 피해자라는 생각보다 자기의 실수로 사회적파장이 걷잡을 수 없는 결과로 치닫는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설마했던 부분들이 하나 둘씩 명확해졌고 결국엔 강간도, 불륜도 아닌 이번 사건에 씁쓸함을 금할수 없을 정도다.

충청의 민심은 극에 달할 정도로 배신감과 창피함에 할말을 잃을 정도다. 과거 김종필,이회창,이인제,이완구 등 대통령을 꿈꿔왔던 인물들에 비해 충청도가 마지막 보루로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대권 주자를 잃는 아픔을 또다시 겪고 있다. 물론 다른 대권 주자에 비해 안희정의 이번 사건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것처럼 개인 사생활에서 나타난 일로 파장효과가 클 수 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안희정의 이번 사건에 배후 조종 세력을 거론하며 격분하는가 하면 정치적 희생양이라며 안타까움을 호소하는 이도 있다.

최현구 충남 내포·홍성·예산 주재

하지만 성폭력은 기정사실화됐고, 위계에 의하지 않았다는 판결 자체로 모든 것이 면죄부가 이루어질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안희정의 정치적 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는 여론이 대다수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을 입었고 자신의 욕구만 채우고 민심을 배반한 한 정치인의 말로가 덧없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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