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시(시장 한범덕)가 지난 21일 시장 집무실에서 최근 연이어 발생한 통학차량 안전사고와 아동학대사건에 대한 대안과 예방책을 마련하기 위해 청주시어린이집연합회(회장 윤비룡) 임원 8명과 휴일 긴급 간담회를 가졌다. / 청주시<br>
청주시(시장 한범덕)가 지난 21일 시장 집무실에서 최근 연이어 발생한 통학차량 안전사고와 아동학대사건에 대한 대안과 예방책을 마련하기 위해 청주시어린이집연합회(회장 윤비룡) 임원 8명과 휴일 긴급 간담회를 가졌다. / 청주시

[중부매일 사설] 한범덕 청주시장이 또 다시 직원들의 인사 청탁에 대해 공개적으로 쓴 소리를 했다. 한 시장은 어제 열린 간부회의에서 "인사를 앞두고 과거보다 두드러진 점이 (시장에게 이메일이나 대면 상담을 통해) 자기소개를 하는 직원들이 늘어난 것"이라며 "이렇게 많은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취임 2개월도 안 돼 벌써 두 번째다. 한 시장은 지난 6월 첫 직원조회에서도 경고성 발언을 했다. 한 시장은 "상상 이상으로 인사 부탁이 많이 들어 온 다"며 "참으로 실망스럽다"고 밝힌바 있다. 이 같은 발언을 되풀이 하는 것은 실제로 한 시장이 부담을 느낄 만큼 인사 청탁이 쇄도할 수도 있지만 아예 직원들의 인사로비를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거꾸로 본다면 인사에 불이익을 받았다고 느끼는 공무원이 많다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직원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인사권이다. 그러나 잘못된 인사로 인한 조직 내 갈등이 고조되고 각종 인사비리로 자치단체장들이 곤혹을 치른 경우가 많았다. 어느 조직이든 모든 구성원이 만족할 수 있는 인사란 없다. 인사를 통해 이익을 받는 사람이 있으면 불이익을 받는 사람은 더 많다. 제한된 자리에서 인사권자의 인사방침과 기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의 예상과 달리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원치 않은 자리로 옮기게 되는 사례는 비일비재 할 것이다. 청주시는 특히 청주·청원이 합쳐져 통합청주시가 출범한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배타적인 정서가 흐르는 등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않아 인사에 대한 불만도 많다.

한 시장은 "상당히 많은 직원들이 '이번에는 제가 이 자리로 가야 한다'거나 '이번에는 승진해야한다'고 했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데 그런 생각을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담당부서가 연공서열(근무평정) 중심으로 인사안을 마련할 것이고 여기에 종합적인 판단이 반영될 것"이라고 인사 원칙을 밝혔다.

한 시장은 이미 청주시장을 한차례 역임한바 있다. 당시 공직기강 해이로 공무원들의 일탈행위가 유난히 많이 발생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이 때문에 한 시장이 수차례 공개사과하고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강력한 리더십의 요체는 공정하고 올바른 인사에서 나온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 시장이 연공서열을 앞세운 인사원칙을 밝힌 것은 매우 주목된다. 하지만 공직사회의 가장 큰 병폐중 하나는 연공서열을 기준으로 인사하는 것이다. 성실하고 능력 있는 공무원. 번쩍이는 아이디어로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는 공직자들이 연공서열에 막혀 승진의 기회를 놓치는 사례가 많다. 당연히 개인적인 역량을 발휘하기 힘들다. 보신주의와 복지부동, 철밥통은 공무원을 상징하는 말이다. 큰 잘못만 없으면 연공서열에 따라 승진하면서 정년까지 가는 공직사회에 개혁과 혁신이 먹힐 리가 없다. 걸프전의 영웅 콜린 파월은 "리더십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 일을 하게 하는 동기부여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장이 직업윤리에 충실하고 능력과 열정을 가진 공무원을 공정한 절차에 따라 발탁한다면 인사 청탁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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