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최고 보약은 '친구들과 놀고, 뛰고, 즐기기'
학교생활 100분씩 미로·피구·점프밴드 등 놀이
스트레스 해소, 구성원 간 협동·양보·배려 배워
'건강성장' 취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시간 보장
강원도교육청, 놀이문화 조성사업 4년쨰 추진중

사진. / 김금란·이지효
피구놀이에 신난 아이. / 김금란·이지효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모든 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놀 권리가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31조에 나오는 내용으로 아이들에게 '놀 권리'를 보장해주자는 의미다.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지난 2015년 어린이 놀이헌장을 제정·선포했다. 아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하는 공동정책 10가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충북도교육청도 올해 학교 놀이문화 조성을 위한 첫 걸음을 시작했다. '2018 행복키움 놀이문화 조성사업'을 통해 도내 초등학교 10개교를 선도학교로 선정해 학생과 학부모, 교사 대상 놀이 연수, 학교 운동장 등 실내·외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놀이 환경 조성 등 각 학교의 특성사업을 지원한다.

이에 본보는 놀이문화에 대한 인식 확산과 도내 학교에 적용할 수 있는 우수모델 발굴·공유를 위해 '학교는 신나는 놀이터' 특별 기획을 마련했다. 이번 기획에서는 함께 만들어가는 놀이를 통한 아이들의 바른 인성 함양과 사회성 발달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도 조명하고자 한다.

강원도와 핀란드를 중심으로 국·내외 우수사례 소개와 충북의 학교 놀이문화를 살펴보고 전문가 조언 등 총 10회를 연재한다. / 편집자

 

 

사진. / 김금란·이지효
바닥에 앉아 딱지치기 하는 아이들. / 김금란·이지효

강원도교육청은 학교 놀이문화 조성사업인 '친구야 놀자'를 2015년부터 운영, 올해 4년째를 맞는다. 강원도 관내 초등학교 350여 곳의 학교별 특색에 맞게 놀이공간을 확보하고, 놀 시간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17개 교육지원청은 학부모놀이지원단을 운영하며 학부모들의 놀이에 대한 공감대 확산과 교육공동체로서의 학부모 역할도 모색하고 있다.

올해는 '놀이밥 100분' 정책을 도입했다. '놀이를 밥처럼 먹으면서 아이들이 자라야 되겠다'는 취지로 학교에서 하루 생활하는 동안 100분의 놀이시간을 확보해 보자는 상징적 의미를 담았다. 놀이밥 100분은 3개년 계획으로 추진돼 올해 공모를 통해 도내 전체학교의 10% 정도인 41개교를 선정했다. 내년에는 30%, 2020년에는 강원도 모든 초등학교에서 하루 100분의 놀이시간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원주 교동초등학교(교장 김의태)는 '놀이밥 100분' 연구학교다. 이 학교는 1교시 시작 전, 쉬는 시간, 점심시간 등을 활용해 하루 100분의 놀이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교통초를 방문한 지난달 4일은 30도를 훌쩍 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중간 놀이시간이 되자 밖으로 나와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이 학교는 2개의 교사(校舍) 사이를 작은 놀이공간으로 조성했다. 이 공간의 보도블럭 바닥에 미로, 달팽이게임, 사방치기, 오징어 술래잡기 등 다양한 놀이판 그려져 있어 아이들이 놀고 싶을 땐 언제든지 놀 수 있게 만들었다.

피구놀이에 신난 아이
피구놀이에 신난 아이. / 김금란·이지효

이날 이 놀이공간에는 아이들로 북적였다. 가운데를 차지한 1, 2학년은 섞여서 피구놀이를 시작했다. 체육시간에 하던 구기종목 '피구'가 놀이로 자리잡았다. 지도교사 없이 팀은 가위바위보 정했다. 룰도 아이들이 정한다. 상대편이 던진 공을 맞으면 그 아이는 '아웃' 되고. 반대로 상대편의 공을 받으면 아웃된 아이들이 모두 살아난다. 피구놀이 도중 한 아이가 넘어지자 이구동성 '타임'을 외치며 경기를 중단시키고 넘어진 아이의 상태를 살폈다. 괜찮은 것을 확인한 아이들은 다시 놀이를 시작했다.

피구를 하다 얼굴에 공을 맞은 고은새(1년) 학생은 "아프지 않다"며 "더워서 땀은 나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이 그냥 좋다"고 한다.

또 다른 놀이그룹은 바닥에 앉아 딱지치기가 한창이다. 예전에 종이로 접은 딱지가 아니고 만화 포켓몬 캐릭터로 만든 고무 딱지놀이에 푹 빠졌다.

 5학년 아이들이 방탄소년단의 노래에 맞춰 '점프밴드' 연습을 하고 있다. / 김금란·이지효
 5학년 아이들이 방탄소년단의 노래에 맞춰 '점프밴드' 연습을 하고 있다. / 김금란·이지효

5학년들은 '점프밴드' 연습을 하고 있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뛰는 언니, 오빠들 주의로 어린 학생들이 몰려든다. 지켜보는 이들도 덩달아 흥이 나고 즐거운 표정이다. 고학년, 저학년간의 거리감이 놀이를 통해 좁혀지는 시간이다.

필리핀 전통춤 '티니클링'을 변형한 점프밴드는 이번 학기 5학년 체육수업에서 진행하는 표현활동 프로젝트다. 필리핀에서는 두 개의 긴 대나무 리듬에 맞춰 춤을 추지만 아이들은 대나무도 부족하고 위험성이 있어 고무밴드로 대체했다.

이 학교는 체육수업을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을 바탕으로 학년별 프로젝트 형식으로 진행한다. 이번 학기 5학년은 발야구와 던지기, 여가활동 등을 진행했으며 ,점프밴드는 마지막 프로그램이다.

윤영재 체육강사는 "점프를 하면 아이들 성장발달에 도움되고 리듬감 익히는데도 유익해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점프밴드는 조별활동으로 진행된다. 조별로 노래를 선곡하고 그 노래에 맞춰 율동을 구사해야 한다. 1조는 방탄소년단 노래로, 2조는 트와이스 노래로 정했다. 아이들은 노래를 정하고 율동을 만드는 과정에서 조원들은 의견충돌을 보이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조율하는 힘을 기른다. 또한 필리핀 전통춤을 변형해 그들만의 새로운 놀이로 만든다.

연습이 다 끝나면 5학년 전체가 강당에 모여 발표회를 갖고 리듬감, 안무, 협동심 등을 평가한다.

5학년 최시아 학생은 "노래를 선곡하고 율동을 만들면서 친구들끼리 의견이 달라 어려운 점도 있지만 같이 연습하며 놀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친구들이 자기 주장을 하면 각자의 의견을 조금씩 합쳐 작품을 완성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협동심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부터 도교육청의 놀이문화 조성사업에 참여한 교동초는 초기에는 구성들간의 갈등도 있었다. 교직원들은 놀이시간 운영으로 퇴근 시간이 늦어지고 아이들 안전사고에 대한 부담 때문에 반대가 심했다.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놀리기만 한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김의태 교장 / 김금란·이지효
김의태 교장 / 김금란·이지효

김의태 교장은 반대하는 구성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학기초 학부모총회 등을 통해 놀이교육의 중요성 등 교육철학에 대해 교육하고 설득한다.

우려했던 안전사고도 초기에 가벼운 찰과상이 종종 있었지만 뛰어노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괜찮아졌다. 어려운 문제들이 하나 둘 해결되면서 구성원간의 공감대도 형성됐다. 이제는 놀이에 대한 열린 생각으로 학교 놀이정책을 적극 지지한다.

김 교장은 "교직원과 학부모들의 인식을 변화 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아이들은 시간과 놀이에 필요한 것만 마련해주면 스스로 노는 법을 터득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교, 학원 등서 붙잡혀있으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원 중 하나"며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책 중 하나가 놀이"라고 강조했다.

요즘은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없어 풀이 자란다. 교동초 운동장의 가장자리에도 잡초가 자라고 있다.

교통초의 4년간 놀이교육은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통해 결실로 나타나고 있다. 넓은 교정에 나무를 심어 숲 그늘을 조성하고 더 많은 놀이공간이 제공되면 아이들이 또 다른 놀이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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