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죽었다. 분할된 현대그룹의 한축을 이루었던 정회장이 큰 재산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는 보도이고 보면, 그의 죽음이 한국 경제와 산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언론은 연일 그의 죽음이 가져올 문제들을 전망하느라 부산하기만 하다. 그러면 실제로 그의 죽음이 우리 사회에 가져올 변화는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을 통해 남북한간 경제사회 분야의 교류 협력을 추진했다. 북한에 대한 지원을 수단으로 남북한간 화해를 모색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킨다는 구상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가 직접 나서서 북한을 지원하지는 못한다는데 있었다. 북한이 종래의 대남정책인 적화혁명을 포기하지 않는 한, 남한 정부가 공식적이고 직접적인 대북협력을 추진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또한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우선하지 않는 한 남한 정부의 대북지원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민간기업이 남북한 교류와 협력을 담당하게 되었고, 그 주된 역할이 현대에 주어졌던 것이다. 현대의 대북투자가 한국에 위협으로 되돌아오는 가에 관해 우리사회에서는 논쟁이 있기도 하였으나, 현대의 대북사업이 남북긴장을 완화시키고,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데 도움을 주었음은 특검을 통해서도 판명되고 있다. 금강산 관광 성사, 개성공단 추진 등도 모두 현대의 주도 혹은 참여로 이루어졌다.
 작년 말부터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개발을 이유로 고립화 정책을 추진하게 되자, 현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북한의 핵개발 의도는 국제사회의 대량살상무기 확산금지 체제에 위협이 되는 것으로, 불안정한 북한에 대한 투자는 물론 경제협력 사업을 추진할 민간기업 조차 찾기 어렵게 된 것이다. 특히 금강산 관광에서 보듯이 대북사업이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인 바, 한국정부도 남북한 협력관계 유지를 위해 민간의 대북사업을 유도하기는 곤란한 상황이 도래했던 것이다. 따라서 정몽헌 회장이 부친인 정주영 회장의 뜻에 따라 금강산 사업과 개성공단 개발 사업을 계속할 의사를 가졌던 것이 남북협력의 유일한 숨통이었던 것이다.
 이제 정회장의 죽음에 따라 안내자를 잃은 현대아산이 대북사업을 적절하게 계속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은 쉽지 않다. 적자의 금강산 사업을 지속하거나, 개선공단 및 기타 북한에 대한 투자를 요구하는 사업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정회장을 대신할 책임있는 인물이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의 핵개발로 한반도 긴장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을 평화분위기로 돌려놓는 일일 것이다. 북한의 지도층과 개인적 친분관계를 구축해 온 정회장의 빈자리가 아쉬운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관광공사가 참여하여 계속 진행시킬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노무현 정부의 의사도 개성공단과 같은 대북사업을 계속한다는 방향이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 우리사회가 정회장의 죽음을 애도하는 이유는 자살이라는 비극을 맞이한 한 자연인을 동정하는데 앞서, 항상 반복되는 우리의 준비부족에 대한 반성의 의미가 적지 않다. 정회장의 빈자리가 하루빨리 채워지기를 바라며, 죽은 이의 명복을 빈다.
 / 충북대 정외과교수 김 도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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