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6자 회담 개최와 관련, 참여국들의 준비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참여국들은 워싱턴과 베이징, 도쿄 상주채널은 물론 정부 고위 관계자의 상호 파견을 통해 시기와 의제에 대한 본격협의에 착수했다.
 이러한 와중에 미국이 6자 회담의 핵심 사안이라 할 대북 체제보상 구상을 제시해 주목된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현지시각으로 7일 외신기자센터에서 가진 회견에서 ▶미 행정부의 대북 불가침 서면 보장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의회 결의 ▶북한의 여러 주변국들이 북한에 적대적 의도가 없다는 보장을 북한에 해주는 방안 등을 제시한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법적인 대북 불가침 보장은 안된다고 말했을 뿐 다른 형태의 대안이 있을 수 있음을 언급한 적이 없으며 불가침 보장 불가 이유로 의회 반대를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행정부와 의회가 동시에 북한 체제를 공식보장함으로써 좀 더 강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최근 들어 행정부의 공식서한을 통한 체제보장 요구 등 유연한 입장을 보여온 북한측 요구수준보다 앞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미국측 입장은 지난 3일 공개된 파월 장관의 현지 언론들과의 회견 내용과도 부합되는 측면이 있다. 파월 장관은 “북한 정권의 붕괴가 임박했다고 볼 근거를 갖지 못하며, 북한 주변국들은 북한의 붕괴를 바라고 있지 않고, 미국 정책도 외교적·정치적 해결책을 찾는 것”이라면서 “북한 정권은 지금 건재하며 수십년 동안 그래왔다. 그 정부는 바로 내가 협상해야 할 정부”라며 완연한 유화 제스처를 표시했었다.
 우여곡절 끝에 6자회담이 성사되기는 했지만 그 결과에 대해 섣부른 낙관을 불허한다는 지적이 여전히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북-미간 기존 견해 차이만 재확인하거나,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및 협상 불가라는 지론을 입증할 기회로 삼으려 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는 북한의 벼랑끝 전략과 함께 북핵 위기를 악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여전하다는 인식에서 기인한다. 여전히 부시 행정부 매파들이 대북정책을 장악하고 있으며, 이들의 뿌리 깊은 부정적 대북 인식이 수정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6자회담 성과를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종전 입장에서 한 걸음 나아간 미국측의 대북 체제보상 구상은 6자회담을 통한 북핵위기 해결에 대한 종전 우려를 덜어내는 한편 6자회담 성과에 대한 기대를 일정 정도 고조시킨다.
 물론 여전히 낙관은 금물이다. 나름대로 전향적이라는 평을 받는다지만 서면보장이 곧 불가침협정이 아닌 만큼 구속력이 강한 것도 아니고, 공화당이 다수인 미 의회의 결의안 통과 또한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핵심 협상안이라 할 대북 체제보장 문제가 언급됨으로써 6자회담이 북핵 위기 해결책을 논의하는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하리라는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그것만으로도 한반도 전쟁 발발을 예고하는 시계가 잠시 멈추어 설 명분이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