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여름 휴가를 보면 다분히 획일적인 일면이 있다. 저마다 취향에 따라 휴가를 갖는게 아니라 마치 과녁을 향해 화살이 날듯 산과 바다로 떼지어 몰려간다. 이통에 고속도로, 국도는 피서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계곡과 바다는 콩나물 시루를 연상케 한다.
 일상생활에서 지친 심신을 추스리는 휴가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하다. 활시위처럼 팽팽한 일상생활의 긴장을 이따끔 풀어줘야 인체도 제 기능을 한다.
 직장생활에서 얻은 스트레스를 훨훨 떨쳐버리고자 떠난 피서여행은 교통지옥과 바가지 상혼, 고성방가에 행락 쓰레기 등으로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기 예사다.
 그래서 '피서 후유증'도 더러 생겨난다. 바캉스를 보내고 오면 심신이 가볍고 활력이 넘쳐야 하는데 왠지 피곤하고 일손이 잘 잡히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다. 여름휴가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봤을때 우리나라의 피서는 '휴식'이 아닌 '전쟁'에 가깝다. 일상생활도 생존경쟁의 연속인데 피서지에서 조차 그 형태가 재현되고 있으니 소중한 휴가가 구겨지기 십상이다.
 다양화된 사회에서는 휴가문화도 다양해져야 한다. 친구따라 강남가듯 우르르 몰려갈 것이 아니라 개성에 맞는 휴가를 다녀와야 보람도 있고 심신도 충전되는 법이다.
 독서는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독서삼매경에 빠지다 보면 복더위도 저만치 물러가고 책을 독파했다는 성취감도 일면 느끼게 된다.
 휴가는 이용자의 마음가짐에 따라 소비적 휴가냐 생산적 휴가냐를 가름하게 된다. 무조건 돈을 많이 쓰고 유명 피서지를 다녀왔다고 해서 보람찬 것만은 아니다. 돈을 적게 쓰고도 높은 만족도와 보람을 느끼면 생산적 휴가가 된다. 물론 독서는 후자에 속한다.
 요즘에는 농촌을 체험하는 이른바 '팜 스테이' 휴가 상품도 선을 보이고 있다. 농촌생활을 직접 체험해 보면서 농산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오르는가를 알아보는 것은 매우 유익한 일이다. 농촌체험은 자연의 고마움과 농부의 구슬땀을 이해하는 계기도 되는 것이다.
 한전충북지사 새싹회 회원들은 땀흘리는 봉사로 휴가를 대신하고 있다고 한다. 새싹회 회원 10명은 휴가철을 맞아 산과 바다를 마다하고 아동보호시설인 희망원을 찾아 빨래와 청소 등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들은 또 추석을 맞아 에덴원, 혼자 사는 노인, 소년소녀 가장을 찾아 낡은 전기시설을 교체해 주기로 했다. 반짝거리는 사랑의 전등은 피서지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의 별보다도 더 아름답다.
 휴가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도 두 가지로 나눠진다. 하나는 주위에 괴로움을 끼치면서까지 나만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일이요, 또 하나는 내 즐거움을 접어두고 남의 즐거움을 위해 헌신하는 일이다. 빼앗는 즐거움과 베푸는 즐거움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앞으로의 휴가문화는 후자 쪽으로 가야 할 것이다.
 고성방가로 만신창이가 된 여름날의 추억보다 사랑의 등불을 켜며 이웃의 아픈 곳을 보듬는 베품의 추억이 훨씬 아름답고 오래 오래 간직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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