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이태동 음성 감곡초 수석교사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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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트막한 산이 동네나 학교와 어우러져 학생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으로 확대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 해도 즐겁다.

실제 내가 다니던 시골 초등학교 뒷동산이 바로 그런 곳이었다. 뒷동산에는 참나무가 많이 살았다. 이름은 낯설지만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떡갈나무…. 참나무 군락지라 할 만큼 모습도 다양했다. 참나무 표피는 보기보다 거칠고 움푹 패여 여름부터 가을까지 곤충들의 서식 명소다. 그래서 그런지 참나무 수액이 흘러나올 때쯤 영락없이 그 주변에는 개미, 나비, 풍뎅이, 사슴벌레, 장수하늘소 등 이름 모를 곤충들까지 쉴 사이 없이 먹이를 옮기며 영역 다툼을 벌인다. 곤충들의 비밀얘기를 캐기 위해 친구들과 어두운 밤 손전등을 켜고 다가서면 곤충들은 감쪽같이 줄행랑치거나 날아간다.

그러나 때로 너무 많은 개체수가 한꺼번에 모여 있는 바람에 운수 좋은 날도 있다. 집으로 돌아올 때쯤 풍뎅이, 사슴벌레, 장수하늘소 등 서너 마리 정도는 내 손에 들려 있다.

곤충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 그곳의 중심에는 더불어 살아가는 나무들의 아량과 넉넉한 손길이 뻗어 있다. 나무는 무한한 생명력을 가지고 모든 걸 포용해 엄마처럼 사랑의 기적을 만들어 낸다. 맑은 공기와 목재, 수분과 향기, 뿌리와 가지, 잎과 열매 등이 그것이다.

숲 속 전경은 그야말로 곤충의 박물관이자 자연이 펼친 교과서다. 얼마 전 팔공산 숲 체험 연수가 있어 다녀왔다. 무더위로 처음엔 망설였지만 그래도 '배워서 남 주자.'라는 생각에 참여했다. 그늘이 있는 곳은 의외로 수분이 증발되면서 냉방효과를 톡톡히 봤다. 산을 올라 어느 정도 숨이 찰 때 쯤 숲 해설가는 놀라운 제안을 한다. 배낭에서자신이 직접 만든 솔방울과 컵을 꺼내 든다. 끈이 길게 달린 솔방울을 공중으로 던져 컵 안에 들어가도록 해보라는 주문이었다. 순식간에 피로가 사라진다. 반전이었다. 어른들이 아이들보다 더 재미있어 한다는 사실.

숲 해설가는 이어서 또 다른 미션(mission)을 준다. 주변 나뭇가지나 꽃, 씨앗, 열매, 작은 돌, 떨어진 이파리, 고목 등을 이용해 설치 미술의 한 영역인 디자인(design)을 요구한다. 순수 자연소재로 협력적 상상력을 모으도록 하니 더욱 흥미진진해 몰입하게 된다. 숲 해설가는 기분이 좋았는지 다른 놀이도 소개해 주었다. 약 70cm정도 되는 나무 지팡이를 1개씩 들고 10여명의 실습생들과 둥근 대형으로 선다. 호각소리와 함께 지팡이를 그대로 세워 두고 이동하며 다른 지팡이를 잡는 게임이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이때 성공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민첩함에 스스로 놀라며 성취감에 따른 기상이 하늘을 찌른다.

이태동 음성 감곡초 수석교사
이태동 음성 감곡초 수석교사

안다는 것이란 무엇일까? 말하고 듣고 읽고 쓰고 셈하고 점수로만 표기하면 되는 것일까? 아니다. 자연의 세계에서 얻어지는 정서적 유대를 바탕으로 타인과 원만하게 소통하며 새로운 일이나 변화에 적응하는 일일 것이다. 미래에는 개인의 기계적인 능력보다는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한 창의융합적 능력이 필요하다. 자연을 통해 더 넓은 가슴을 지닌 행복한 사람들이 많아지길 소망해 본다. 우리는 종종 매스컴을 통해 자신의 지위나 판단만을 믿고 이기적인 행동을 해 선량한 이들에게 피해 끼치는 사례를 접하곤 한다. 이제 바른 인성을 갖추지 않으면 조직이나 구성원들로부터 더 이상 유용한 가치 발휘와 교육적 시너지(synergy)를 기대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산을 내려오면서 일행들은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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