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까지 멀리서 온 손님과 대화를 하면서 녹차를 마신 탓으로 밤 깊이 잠들지 못하였다. 녹차의 성분은 정신을 맑게 하고 또 마음을 열어놓는 카페인 성분이 있다라는 말이 실감난다. 며칠 전부터 교당에 심어놓은 해바라기가 조용히 피기 시작하였다.
 키가 크고 거름이 많은 땅으로부터 노랗게 꽃이 피기 시작하였다. 정말 사랑스럽고 싱그럽다. 봄에 씨앗을 심을 때 저것들이 언제 꽃을 필까 그리고 20여 구루에 피는 저것들이 꽃이 활짝 피면 나의 수행처는 대단한 보기를 만들어 낼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안 필성 싶던 해바라기 꽃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절망 속에는 이미 희망이 싹트고 있듯이 나는 무심하고 말없는 식물들한테 영감을 배우고 있다.
 식물들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못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식물들이 또는 나무들이 침묵으로써 자연을 지키고 침묵으로써 조화를 만들어 내기 위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침묵은 평소에 많은 이야기들을 잠재우는 버릇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라 수많은 나무들이 할말을 다하고 세상이야기로 조잘댄다면 산에 가서 인간이 편안할 수 있는가 동물들이 살수가 있는가. 나무는 침묵 속에 꽃을 보여주고 잎새로 인해서 새로움을 보여주고 열매로써 고마움을 일깨워 준다.
  그리고 겨울에 모든 잎새들의 옷을 땅에 내려놓음으로써 인간들에게 세상의 모든 욕심은 하나의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은 일년의 과정을 통해서 사람에게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진실이라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사람을 침묵하게 만드는 것이 진실이다.
 진실만큼 좋은 것이 또 있을까. 그것은 삶에 가장 담담한 표현이기도 하다. 나무들이 진실할 때 나무를 스치는 바람소리는 우주의 향기이고 그 사람이 진실할 때 그 사람의음성은 생명을 새롭게 한다.
 우리는 진실하나의 깊은 의미를 간직하는 아름다운 동물이다.
 진실한 침묵이 없다면 그것은 여름이 지나 생명을 다한 매미들의 딩그는 껍질처럼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다.
 바람 속에서. 냇물이 흘러가는 게울 물가에서 그리고 밤에 별이 반짝이는 여름 마당에서 한가하게 돗자리를 펴고 누워 있으면 우리의 마음은 한없이 담담하고 넉넉해진다.
 다만 내 마음속에 혼탁한 마음이 있다면 자신도 모르게 내재되어 있는 침묵의 향기를 발견 할 수가 없고 발견한다는 마음조차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침묵 같은 조용함으로 아침에 다시 녹차를 한잔 우려먹고 맛의 정갈함이나 색의 아름다음 보다도 내 내면의 모습은 자연과 얼마나 조화로운가 그리고 사유의 깊은 마음은 정리가 되어있는가 생각해 본다. / 원불교 보은교당 교무 정 은 광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