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야당 국회의원과 언론기관을 상대로 30억원 청구 소송을 한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상당한 혼란을 주는 뉴스인 것 같다. 대통령이 억울한 일을 달리 해결할 길이 없어 소송을 한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상대가 야당의원과 언론이라는 점에서 더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이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는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매우 커서, 대통령 뜻대로 문제해결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과거 한국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다. 5공시절 대통령들의 이야기는 따로 할 필요도 없이, 바로 전임대통령의 아들들이 아버지 덕으로 부조리한 돈을 쓸 수 있었던 사실이 대통령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국민의 의사에 반하여 대통령의 임기까지 바꾸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제 대통령이 법에 의지해서 소송을 한다는 것은 한국사회 권력구조가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국민참여와 권위주의 개혁을 주창한 결과, 대통령의 실체가 국민의 눈높이로 끌어 내려진 모양이다. 개혁을 위해 필요하다는 신당의 창당이 용이하지 못하며, 대통령의 측근 참모들이 과거의 정치자금 문제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제는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참모들의 행보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한다. 더 이상 대통령은 법을 무시하는 권력을 갖고있지 못하며, 대통령직을 이용한 부조리가 가당하지도 않다. 대통령직을 임기보다 더 오래 원하는 것은 만화나 과거의 역사 속에서만 가능하다.
 또 하나 논급해야 할 일은 소송을 당하는 국회의원과 언론기관들이 이 소송으로 불이익을 당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정치과정에서 야당 국회의원과 언론들은 바로 대통령을 견제하는 사회 내 기관이요, 조직이다. 이들의 속성은 대통령을 비판하는 역할로 대중의 인기를 높이려 한다. 따라서 이번 소송사건으로 대통령이 원하건, 원치 않건 이들은 이익을 볼 수밖에 없으며, 소송을 이유로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으로 태도를 바꿀리도 없다. 이들은 때때로 대통령의 반대편에 위치해야 존재가 빛나기 때문이다.
 결국 대통령은 이들의 비판성을 고치기 위해 소송을 했을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아마도 실제로 억울한 상황에 대한 보상을 바랐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 사건은 우리사회에서 흔히 있는 민사소송의 하나로 보아진다.
 다만 이 소송에서 모든 당사자들이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은 법원에 의한 판결이 최종 답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그리고 언론은 모두 국민의 지지 위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그들은 맡은 바 역할을 정당하게 수행하는 경우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그들의 권력을 부정확하고 부정의하게 사용하는 경우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사회 정치권력 구조의 변화를 보고 있다. 대통령이 정당하다면 소송의 결과와 상관없이 국민에 의해 승자가 될 것이다. 또한 야당과 언론이 잘못하지 않았다면 대통령의 소송은 웃음거리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를 판단하는 국민들이 눈을 뜨고 있는 한 대통령의 소송은 부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며, 야당의원과 언론기관은 그들의 비판적 역할을 달리 할 수도 없다. 판결의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국민이 다시 한번 현명해져야 할 시점이다.
 / 충북대 정외과교수 김 도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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