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8일 오전 유니버시아드 대회 불참을 시사함으로써 개막을 사흘 앞두고 벅찬 활기에 넘쳐있던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비상이 걸렸다.
 유니버시아드대회 사상 최대 규모인 선수단 197명, 응원단 303명, 보도진 24명 등 모두 527명을 파견하기로 했던 북한은 당초 입국예정이었던 17일 기술적 결함을 이유로 입국을 보류한 데 이어 이날 대회 불참을 시사하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다.
 조평통은 이날 성명에서 광복절을 맞아 열린 ‘건국 55주년 반핵·반김 8.15 국민대회’에서 ‘북한의 인공기를 찢고 북한체제를 모독하는 행위’를 했다며 “동족이 동족의 안전과 존엄을 공공연히 해치는 위험천만한 지역으로 선수들을 가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 인해 ‘하나가 되는 꿈’을 주제로 인류 화합과 평화를 염원하는 국제 스포츠 축제로 치러질 것으로 기대됐던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커다란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대학생 축제라는 한계를 넘어 전세계적 이벤트로 기획될 수 있던 중요 요인이 북한팀 참가였던 만큼 자칫 반쪽대회로 치러질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대구시는 이번 대회를 유치하면서 투자·관광 지출과 지역산업 활성화 등으로 총 7300억원 이상의 생산·고용 유발효과 창출을 기대했거니와 지하철 참사와 경부선 열차 추돌사건 등으로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민심을 추스려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으나 이 또한 커다란 난관에 직면한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큰 손실은 남북한 선수단이 손을 맞잡고 유니버시아드 대회장에 입장하고, 남북의 응원단이 한 마음으로 한반도기를 흔듦으로써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남북한 국민과 전세계에 아로새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점이다. 대회 조직위는 물론 60여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돼 북한 선수단 응원 행사를 성심껏 준비한 통일유니버시아드 시민연대 등이 북한의 대회 참가를 촉구하고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점에서 장관급 회담과 남북한 실무접촉을 통해 이루어진 약속을 하루 아침에 번복한 북한측의 태도는 합의 파기의 책임을 면키 어렵다. 물론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며칠 앞두고 있던 미묘한 시기에 ‘북한체제 모독’과 ‘선수단 안전상 위협’을 우려할 상황이 벌어진 데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시할 수는 있겠으나 이에 대한 북한측의 대처는 남한체제에 대한 몰이해를 바탕한 일방적 약속 불이행으로 국내외 대북여론을 악화시킬 뿐이다.
 지난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확인했던 것처럼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참가는 아직도 냉전의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북한 국민 모두에게 가슴 벅찬 통일교육의 체험이 될 수 있다. 이만한 상황쯤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평화공존으로 가는 대장정의 험난한 과정을 함께 해나갈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충북도로서는 내년도 전국체전을 북한측 참가를 바탕으로 통일체전으로 치르고자 하는 만큼 결과를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가 당초 기대대로 인류화합의 장으로 승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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