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경란 청주시 기록연구사

기사와 직접 관련 없습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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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매일 기고 이경란]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라는 광고 카피가 있다. 과거 동네 사진, 나의 어렸을 적 사진, 별 생각 없이 찍은 사진이 나중에 소중한 자료가 되는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오늘날 기록의 가치는 기록관리학의 관점에서는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기록을 만드는 목적에 의한 본연의 가치로, 업무 수행·재정적·법률적 검토 등 관련 기록을 만드는 사람들의 유용한 가치를 말한다. 두 번째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록을 증거로 활용해 후대에 그 기록이 역사를 밝히는 데 의미를 둔다.

필자는 기록의 두 번째 가치인 기록의 증거로써 활용됐던 경험을 말해보고자 한다. 지난 3월경 세종특별자치시에 사는 50대 남성의 전화를 받게 됐다. 너무 억울해 잠도 안 온다고 한숨을 쉬며 운을 뗀 그는 한 시간 가까이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내용은 이렇다. 그의 아버지는 1982년경부터 1990년 사이에 당시 청원군 강외면 심중리(현 세종시 전동면)의 이장으로 일했다. 마을회관을 새로 짓는 데 선뜻 본인 소유의 토지를 내줘 현재까지도 마을회관(경로당)으로 동네 주민들이 사용을 하고 있는데 25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지금, 주민들이 그 당시의 마을회관과 관련된 건축비, 토지 구입비 등이 마을의 소유라 주장하며 토지를 마을에 넘기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 당시에 있었던 문서를 찾기로 결심하고 세종시청, 전동면사무소, 그 당시 오송읍사무소를 몇 번씩 찾아가 보았지만 기록을 찾지 못해 망연자실해 포기하려던 순간, '옛 청주·청원 기록물이 청주시 기록관에 보존되고 관리되고 있다'라는 뉴스를 접하고는 전화를 한 것이란다. 사연이 너무나도 절실해 쉽사리 수화기를 내려놓지 못한 필자는 "관련 문서를 꼭 찾아봐 드리겠다"라고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후 열흘에 걸쳐 오송읍 문서고의 문서를 샅샅이 뒤진 끝에 그가 간절히 찾기 원하던 토지사용 승낙서부터 건축도면의 일체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아, 찾았다. 찾았어!' 너무나도 절실해 하셨던 그의 얼굴이 따올라 희열과 뿌듯함으로 모든 걸 다 얻은 것처럼 기쁘고 행복했다.

이경란
이경란 청주시 기록연구사

 

이후 그는 "25년 전의 진실이 이 기록물을 통해서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마을 주민들과 불협화음을 종식을 시킬 수 있었다"라며 거듭 감사의 인사를 했다. 기록물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사례였다. 기록의 가치는 시간이 흐르면서 기록을 생산한 것에 대한 행정적으로 증명하는 증거적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정보로써 활용하고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후손들에게 그 당시의 역사를 알려주고, 교훈을 남기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살면서 쉼 없이 기록들을 만들고 있다. 필자는 매일 대량의 기록을 하나, 하나 보고 만지면서 남겨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에 대한 기록의 가치를 판단하고 있다. 오늘도 소중하고 가치 있는 기록이 청주 역사의 증거로써 활용될 수 있기에 무심하게 기록물을 다루고 있는지 되새겨 보고 기록을 더 소중히 다뤄야 하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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