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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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준 기자
  • 승인 2018.08.26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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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자움 콜렛 세라 作 '커뮤터' / 다음 영화
자움 콜렛 세라 作 '커뮤터' / 다음 영화

[중부매일 메아리 박상준] 올초 설명절연휴의 극장가를 장식한 영화 '커뮤터'에서 배우 리암니슨은 화끈한 노익장을 과시했다. 뉴욕 도심을 가로지르는 열차에서 테러범과 박진감 넘치는 추격전, 그리고 역동적인 사투를 벌이며 관객들에게 짜릿한 액션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선 어떤 위험도 마다하지 않은 '데이큰'시리즈로 여성팬 들에게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는 리암니슨의 나이는 66세다. 우리나라에선 '경로우대증'을 받아야할 노인이지만 그는 여전히 할리우드 제작자들에게 러브콜을 받는 매력적인 스타다.

황혼의 나이에도 식지 않는 인기를 누리는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하다. 90대인 국민MC 송해와 80대인 배우 이순재, 70대인 배우 윤여정의 활동력은 세월을 무색하게 한다. 70세 전후인 가수 조용필과 나훈아의 티켓파워는 글로벌 공연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아이돌 그룹'을 능가한다. 하지만 액션배우는 몸을 써야하고 격투를 해야한다. 그런데도 칠순을 바라보는 리암니슨이나 실베스타 스텔론의 액션은 자연스럽다. 이들이 아들뻘인 악당들과 맨주먹으로 싸워서 때려눕히는 장면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주름이 깊게 패 인 얼굴과 달리 건강하고 건장한 체격 때문이다. 고령화시대는 스크린과 무대의 주인공도 바꿔놓았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삶의 질이 향상되고 의학기술이 놀라울 만큼 발전하면서 젊은 노인들이 많아졌다. '세월에 약이 없다'는 말이 있지만 자기관리만 제대로 한다면 팔순이 넘어도 팔팔한 노인들이 주변에 흔하다. 산행길에서 왕성한 체력으로 성큼성큼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노인들도 많이 볼 수 있다. 노인성 질환을 적절히 관리하면서 노후를 행복하게 보내는 노인들이 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혈기가 과도하게 넘치는 열혈노인들이 증가하면서 부작용도 낳고 있다. 분노와 욕망을 다스리지 못해 물의를 일으키는 노인들이 확실히 많아졌다. 65세 이상 인구가 4.5% 늘어날 때 노인 강력범죄는 24% 증가한다는 통계도 있다. 최근 경북 봉화군 노인 엽총 난사사건은 대표적인 사례다. 77세 노인은 물 문제로 이웃과 다투다 엽총을 들고 사찰과 면사무소를 찾아가 무차별로 쏘았다. 노인 성범죄는 더 심각하다. 얼마전 강원도 영월군 70~80대 노인 7명이 손녀나이인 20대 지적장애여성을 5년간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 노인 성범죄가 2013년엔 930건이었으나 4년 만에 1777건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체력은 유지되는데 욕구를 발산하지 못해 추악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일본 작가 후지와라 토모미는 저서 '폭주노인'에서 노인들이 거칠어진 것은 시간, 공간, 마음 세 가지가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인들의 욕망과 폭력은 현대사회에 대한 부적응과 외로운 삶을 알리는 절규라는 것이다. 단절된 인간관계로 절망과 자괴감에 빠진 노인들은 사소한 일에 분노를 표출해 극단적인 범죄를 저지른다. 나이 들면 노인과 어른의 갈림길에 선다. 어른은 삶의 애환이 마음속에 녹아들어 지혜롭고 너그럽고 배려심이 많다. 노인은 권위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충동적이다. 폭주노인을 막으려면 본인의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노인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과 마음도 따뜻하게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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