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쌤'으로 변신한 엄마들 "아이들은 놀아야 건강해요"

사내초등학교 학부모놀이지원단의 놀이쌤들이 방과후활동시간에 아이들과 전래놀이를 하고 있다. / 사내초 제공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화천군에 위치한 사내초등학교는 '강원 놀이교육의 대명사'로 불린다. 사내초가 '잘 노는' 학교로 유명해지는 데는 학부모들의 역할이 컸다. '놀이가 아이들에게 좋다'라는 생각을 갖고 전래놀이에 대해 직접 공부하고 지도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열혈 엄마'들이 사내초 놀이교육의 원동력이 됐다. 학부모들이 깔아놓은 놀이 멍석 위에서 뛰어 노는 건강한 아이들을 만나봤다.

사내초는 전교생이 266명인 농촌의 아담한 학교다. 사내초는 학부모들의 든든한 지원 속에서 놀이교육을 시작했다. 그래서 다른 학교가 겪는 학부모들과의 갈등 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4년전 놀이에 관심을 가진 이 학교의 몇몇 학부모들은 화천교육지원청에서 운영하는 전래놀이 연수에 참가했다. 연수를 마친 학부모들은 실습차원으로 정규수업시간 전에 1학년을 대상으로 놀이를 시작했다. 그 후 학부모들은 전래놀이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학부모놀이지원단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놀이쌤'으로 변신했다.

사내초는 2016년 학부모놀이지원단의 전래놀이를 정식 방과후프로그램에 편성해 1,2학년과 3,4학년을 대상으로 2개 반을 운영했다. 처음에는 '공부에 바쁜 아이들이 과연 신청할까'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의외로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다. 저학년들의 재미있는 놀이수업을 지켜 본 5,6학년 학생들도 '방과후 활동에 놀이를 하게 해달라'고 요청을 했고 지난해 전래놀이를 전교생으로 확대했다.

2년 동안의 놀이교육 성과는 2017년 강원도교육청의 놀이교육 연구학교 지정으로 이어졌다. 또한 어린이놀이지원단도 조직돼 잘 노는 아이들이 촉매 역할을 하며 친구나 동생들의 활동을 이끌고 있다. 이젠 학부모도들은 놀이에 있어 최소한의 조정 역할과 안전에만 개입하고 아이들 주축의 바람직한 놀이문화가 정착됐다. 더불어 올해는 교사놀이연구회까지 조직돼 놀이수업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사내초 아이들이 중간놀이 시간에 교실바닥에 앉아 게임을 하고 있다. / 김금란

사내초 놀이교육은 아이들에게 노는 법부터 가르쳤다. 컴퓨터와 휴대폰 등 '손 안의 놀이'에 익숙한 아이들은 밖에서 뛰어 노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막상 놀라고 하니 노는 방법을 몰랐다. 우선 학교 내에 놀이공간을 확보하고 놀이판부터 그렸다. 어린이날 체육대회에서도 전래놀이 영역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놀이체험을 하도록 했다.

유영화 교장은 "예전에는 언니, 오빠들이 하는 것을 보며 고무줄, 비석치기 등 바깥놀이를 자연스럽게 배웠지만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 휴대폰 등 손안의 놀이에 익숙해져서 놀이기구만 주고 알아서 놀라고 하면 못 논다"며 "놀이 단절기를 거친 아이들에게는 그 공백 기간을 메울 수 있도록 노는 법을 가르치는 것도 일정부분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내초는 올해 '놀이밥 100분'을 운영한다. 놀이방법을 터득한 아이들에게 충분한 놀이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2교시가 끝나고 30분 동안 중간놀이 시간을 확보했다. 점심시간을 1시간으로 늘려 식사를 마친 아이들에게 넉넉한 놀이시간을 제공했다.

사내초는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면서 놀이시간을 만들기 위해 방과후 활동시간도 조정했다. 하루 1·2학년과 3·4학년, 5·6학년으로 나눠 세 개 반으로 운영하던 것을 1·2·3학년과 4·5·6학년 등 반편성을 2개 반으로 바꾸었다.

정은순 교감은 "정규 교육과정을 최우선으로 운영하면서 아이들에게 놀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해 방과후활동을 조정하거나 일부 축소했다"며 "각 학교는 교육시스템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학교 규모에 상관없이 방과후활동이나 점심시간 등을 조정하면 놀이시간을 확보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자가 사내초를 방문한 지난달 5일은 비가 내렸는데 놀이시간이 되자 일부 아이들은 비 맞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네를 타고, 조회대를 이용해 비를 피해가며 바깥놀이를 즐겼다.

3학년 교실에 남은 아이들은 삼삼오오 그룹을 지어 바닥에 앉아 놀이삼매경에 빠졌다. 또 다른 아이는 그림을 그렸다. 5학년들은 비 오는 날 실내놀이로 시 짓기를 처음 시도 보았다고 했다.

놀이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그저 뛰어노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놀이시간을 이용해서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여건에 맞는 놀이를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가고 있다.

치킨차차 놀이를 하던 3학년 최승원 학생은 "평소 친구들과 체스, 축구 등 다양한 놀이를 한다"며 "이 게임을 하면 집중력과 기억력이 늘고 이기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4년째 활동하고 있는 사내초 학부모놀이지원단은 지금도 놀이에 대해 꾸준히 연구한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의 반응 살펴 내용을 수정하거나 보강해서 더 재미있는 놀이감을 만들어 낸다.

요즘 아이들이 즐기는 전통놀이는 옛날전통놀이에 현대적 감각을 가미시켜 재미있게 구성했다. 달팽이놀이, 오징어놀이, 안경놀이, 비행기망줍기, 팔자놀이 등등 다양한 놀이가 소개되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전래놀이는 '고백신'이다. '고구려, 백제, 신라'의 줄임말로, 세 개의 편으로 나눠 땅에 금을 그어 각자의 진영을 만들고 다른 나라의 보물을 빼앗아 오면 이기는 놀이다. 이 놀이는 전략·전술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 자기편끼리의 유대도 중요하고 때로는 다른 편과 동맹을 맺기도 해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온라인게임과 매우 유사하다. 사내초 아이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하는 온라인게임보다 실제로 적진을 뚫고 들어가 서로 밀치고 당기며 몸으로 즐기는 놀이를 만끽한다.

학부모놀이지원단의 놀이쌤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사내초 제공

사내초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교육공동체 모두가 참여하는 놀이의 3박자를 갖췄다. '잘 노는 학교' 유명세를 타고 전국에서 벤치마킹 발길이 이어진다.

놀이교육을 4년째 담당하고 있는 이재하 교사는 "학부모, 교사 학생이 조화를 이루며 놀이교육이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며 "많은 학교가 놀이교육을 시작하고 있는데 의욕도 좋지만 예산문제 등이 수반되기 때문에 지원규모에 따라 추진계획과 내용을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놀이는 집단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며 "학력수준은 비교할 수 없지만 아이들이 즐겁게 학교생활하는 것을 보며 놀이의 긍정적인 효과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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