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자해 병원서 치료, 생명에 지장 없어
경찰서 범행 자백

옥천군 옥천읍의 한 아파트에서 부채에 시달리던 오모씨가 아내와 자녀 3명 등 일가족 4명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통제된 오씨 집 정문. / 신동빈

[중부매일 윤여군ㆍ신동빈 기자] 지난 25일 옥천군 옥천읍의 한 아파트에서 부채에 시달리던 남편 오모(42)씨가 아내 A(39)씨와 자녀 3명 등 일가족 4명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숨진 일가족과 오씨는 부채에 시달리는 친언니를 위로하기 위해 아파트를 찾은 A씨의 여동생이 최초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아파트 안방에는 일가족을 살해한 뒤 부엌에 있는 흉기로 자해한 피의자 오씨가 침대 밑에 쓰러져있었고 아내 A씨는 숨진 채로 침대 위에 누워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녀 3명은 작은방 매트위에 숨진 상태로 가지런히 눕혀져 있었다. 

현장에 출동한 한 소방대원은 "숨진 아내와 자녀 3명 모두 흰 거품을 물고 있었고, 외부 상처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피의자 오씨는 발견 직후 119 구급대원에 의해 대전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가장인 피의자 오씨가 안정을 찾는 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사건 현장 상황과 오씨가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범행 사실을 시인한 점, 자해시도 행위 등을 고려할 때 외부인의 소행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오씨의 아내 A씨가 대전에 사는 여동생에게 "부채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자주 했다는 점을 들어 부채와 가정불화 때문에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취재진이 찾은 오씨 검도관 우편함에는 신용정보회사가 발송한 우편물이 꽂혀있어 채무 독촉 등과 연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A씨의 여동생은 경찰에 오씨 가족이 부채 문제로 오랜 기간 힘들어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는 일주일여 전부터 자신이 운영하던 검도관 문을 닫고 폐업을 준비했으며 같은 기간 아내 A씨는 자녀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를 방문해, 담임교사와 여동생이 살고 있는 대전으로의 전학하는 절차를 상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관계자는 A씨가 여동생과 자녀 전학 문제를 미리 상의했고 여동생도 동의했다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옥천 소방서 관계자는 "병원 이송 당시 오씨가 인적사항을 물었더니 답변이 가능할 정도로 의식이 뚜렷했고, 가족들의 사망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가족을 잘 부탁한다. 잘 묻어 달라"는 말을 남겼다고 전했다. 경찰은 피의자 오씨가 범행 직후 자해를 시도한 정황 등을 볼 때 부채로 힘들어하던 오씨가 약물 등을 이용해 가족들을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할 예정이다. 

옥천경찰서 관계자는 "피의자의 심신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로 현재 직접적인 조사는 불가능하다"며 "27일 국과수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한 뒤 피의자와 관련자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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