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빈곤층 추락. 제2옥천 일가족 살인 우려된다
늘어나는 빈곤층 추락. 제2옥천 일가족 살인 우려된다
  • 중부매일
  • 승인 2018.08.2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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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7일 오후 6시께 옥천경찰서에서 경찰조사를 마친 옥천 일가족 살인사건 피의자 오모(42)씨가 영동경찰서 유치장으로 압송되고 있다./신동빈
27일 오후 6시께 옥천경찰서에서 경찰조사를 마친 옥천 일가족 살인사건 피의자 오모(42)씨가 영동경찰서 유치장으로 압송되고 있다. / 신동빈

[중부매일 사설] 지난 주말 충북 옥천에서 검도학원을 운영하던 40대 가장이 부인과 자녀 4명을 살해했다. 놀랍고 충격적이다. 늘 믿고 의지했던 남편과 아빠에게 살해당한 부인과 어린자녀들에게 삶의 마지막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끔찍한 순간이었을지 눈에 보이는 듯하다.

가해자인 가장은 빚에 쪼들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부채뿐만 아니라 제자들이 받은 학자금 대출금까지 융통해 쓰고 갚지 않아 막다른길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성실한 검도인 이자 자상한 가장으로 소문났지만 빚 독촉이 심해지자 분별력도, 평상심을 잃었다. 상환능력도 없이 빚을 냈다가 가족 살해라는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르고 제자들까지 피해를 입힌 가해자에게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하지만 단순히 개인적인 일탈이라고 보기엔 우리사회의 구조적인 현실이 녹록치 않다. 올 들어 소득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저소득층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여기에 가계대출도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소득사다리에서 추락하면서 절망하는 '위기의 가정'들이 늘어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가정불화, 사업 실패, 실직으로 인한 생활고, 우울증 및 불안감등으로 온 가족이 동반자살하거나 가장이 가족을 살해하는 사건이 최근 몇 년 새 늘어났다. 2015년 1월 발생한 서초동 세 모녀 살해사건에서 범인인 가장은 '남은 처자식이 불쌍한 삶을 살 것 같아 같이 가려 했다'고 주장했다. 2년 전에는 경남 거제시에서 30대 남성이 비슷한 이유로 아내와 어린 자식 3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자살했다. 사채를 감당하기 어려워 7세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30대 여성 사건과 생활고로 두 자녀 죽인 뒤 암매장했던 30대 여성 사건도 발생했다.

물론 이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반드시 생활고가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보통의 가정은 더욱 어려운 생활환경속에서도 가족 간에 사랑과 신뢰로 위기를 극복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궁핍한 현실에서 아이들의 독립된 인격과 정당한 사회구성원임을 무시하는 일부 개념 없는 부모의 자녀관과 물질만능 시대의 생명경시 풍조,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분노 조절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단란한 가정도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면 갈등이 폭발할 수도 있다. 지금 한국사회의 경제적 계층구조가 불안한 것은 이 때문이다. 올 2분기 기준으로 소득 상위 20%(5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은 소득 하위 20%(1분위)의 5.23배에 달했다. 저소득층의 소득이 크게 줄어 더 가난해졌지만 부유층은 생활수준이 더 높아졌다. 무엇보다 지난해 자영업 폐업이 90만 곳에 달했고 올해는 100만 곳을 돌파한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중산층이 하루아침에 빈곤층으로 추락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이번 옥천 40대 가장의 가족 살해는 한국 사회에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는 각종 병리현상을 함축하고 있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공동체가 다 같이 나서서 치유방안을 모색해야겠지만 무엇보다 정부가 중산층의 붕괴를 막고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경제정책을 개선해야 한다. 의도하지 않게 가정 내 비극이 빈번한 병든 사회를 만들거나 방치하는 것도 국가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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