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송 기다리던 처제 "왜 그랬냐" 울부짖자 "미안하다" 고개숙여

27일 오후 6시께 옥천경찰서에서 경찰조사를 마친 옥천 일가족 살인사건 피의자 오모(42)씨가 영동경찰서 유치장으로 압송되고 있다. 압송 전 경찰서에서 처제를 만난 오씨는 "왜 그랬냐"는 물음에 눈물을 흘리며 "미안하다"고 답했다./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아내와 자녀 3명 등 4명을 목 졸라 숨지게 한 가장 오모(42)씨를 조사중인 경찰이 범행 사실과 경위 등에 대한 자백을 받아 28일 살인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옥천경찰서는 27일 병원 치료 후 긴급체포한 오씨를 상대로 범행동기와 수법 등을 조사한 끝에 "수억원에 달하는 부채로 손가락질 받을 가족들을 생각하니 앞이 막막해 동반자살을 택했다"는 자백을 받아 이같은 방침을 확정했다. 

오씨는 경찰 조사에서 "수면제를 먹여 가족들을 재운 뒤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오씨는 "수년 전부터 진 빚이 수억원으로 늘어나 심적 부담이 컸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는 범행을 결심한 후 지난 24일 밤 사전에 준비한 수면제를 아내와 자녀 3명에게 먹인 후 잠이 들자 목 졸라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씨는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후 자해를 시도했다.

오씨와 숨진 일가족은 지난 25일 언니를 만나기 위해 옥천군 옥천읍 아파트를 찾은 오씨 처제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발견 당시 숨진 아내는 안방 침대위에 눕혀져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 3명은 작은방에 정돈 된 상태로 눕혀져 있었다. 오씨는 손목에 피를 흘리며 안방에 쓰러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구급대원은 "숨진 아내와 자녀들의 시신에 특별한 외상은 없었고 입에 흰 거품을 물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오씨를 대전의 한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를 한 후 긴급체포 절차를 거쳐 조사를 벌여 범행 일체에 대한 자백을 받았다.

경찰은 앞서 대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피해자 4명에 대한 부검을 의뢰해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을 받아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이어 오씨가 가족들에게 먹인 약품이 수면제인지, 수면유도제 인지 여부와 구입 경위 등에 대해 정확한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27일 오후 6시께 경찰조사를 마치고 영동경찰서 유치장으로 압송을 기다리던 오씨는 기다리고 있던 처제가 "왜 그랬냐"며 울부짖자 눈물을 흘리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떨꿨다.

수억원의 빚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오씨는 아파트 담보를 통한 저축은행 대출과 사채, 검도 제자 등 채무가 수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부매일 취재 결과 오씨는 2015년 4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옥천군 옥천읍 소재 자신의 아파트를 담보로 제공하고 2억여원을 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검도제자 등 지인들에게 1억여원을 빌리는 등 수억원대의 빚에 몰려 상환할 이자만 700여만원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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