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 장기화·최저임금·식재료값 인상 '삼중고'
충북 소상공인 매출 반토막 관리비·전기세 못낼판
도소매·숙박·음식점 업황 부진...5년 생존율 낮아

국내소비 위축, 온라인 구매 확대 등으로 도소매·숙박·음식점 등 주요 업종을 중심으로 업황 부진이 두드러지면서 청주지역 곳곳에 임대 문의 현수막을 단 가게들이 증가하고 있다. / 안성수

[중부매일 김미정·안성수 기자] 운영난에 시달리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자영업자가 나타나는 등 경기불황이 서민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경기불황 장기화에 최저임금 인상 부담까지 겹치면서 힘겨움이 쌓이고 있으며 충북 지역 곳곳에 줄폐업이 이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옥천군에서 검도관을 운영하던 오 모(42)씨가 아내와 자녀 살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도 운영난과 이에 따른 부채였다. 

충북지역 내 다른 소상공인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에서 치킨집을 개업했던 박모(39)씨는 경기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영업 9개월만인 지난 5월 가게를 내놓았다. 

박씨는 유동인구가 많은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월 임대료 180만원로 장사를 시작했다. 첫 3개월간은 오픈효과에 장사가 잘 됐다. 직원을 1명에서 3명으로 늘렸고 월 매출은 2천만원까지 올랐다. 재료비 800만원, 인건비 420만원, 임대료 180만원, 기타 120만원 등을 제외해도 그의 수중에 들어오는 수익이 5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콧노래도 잠시. 경기불황이 악화되면서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최저임금마저 인상돼 직원 1명당 월급이 140만원에서 160만원으로 부담이 늘었다. 매출은 줄고 직원 월급은 오르고 식재료값은 뛰면서 박씨는 지난 4월부터 '나홀로 가게'를 운영하다가 관리비, 전기세도 못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한달만에 가게를 내놓고 폐업했다.

박씨는 "경기가 어려우니 임대문의 전화도 뜸해 막막할 따름"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음식점들은 폭염에 식재료값 인상에 따른 주머니 부담도 컸다.

올해 3월 청주육거리시장에서 분식집을 시작한 채모(64·여)씨는 가게 처분을 고려중이다. 사천동에서 7년간 분식집을 하다가 임대료가 저렴한 시장 외곽에 추가 오픈을 했지만, 하루 매출이 5만원도 되지 않아 가게를 접을 생각이다.

월 평균 매출 120만원 중 임대료 60만원과 재료비, 가스비, 전기세 등을 빼고 나면 채씨에게 들어오는 돈은 한달에 고작 30만원. 오픈 당시 직원을 1명 썼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지난 5월부터 남편이 혼자 가게를 맡고 있다. 채씨는 "살아보려고 힘들게 가게를 추가 오픈했지만 오히려 부담만 늘었다"며 "적자 압박에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어 처분을 생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내소비 위축, 온라인 구매 확대 등으로 도소매·숙박·음식점 등 주요 업종을 중심으로 업황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소상공인 지원대책'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분기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2015년 100)는 93.7로 2005년 1분기(90.9)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이윤 감소, 경영난 심화 등으로 생존율도 낮아져 5년 생존율은 숙박·음식점 17.9%, 도소매 24.2% 등 전체 27.5%에 불과했다.

국내 자영업자 수는 570만명으로, 이중 70%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홀로 경영에 뛰어든 1인 자영업자다. 전체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중은 한국이 21.4%로 미국 6.4%, 영국 15.4%, 독일 10.4% 등과 비교할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임차료·인건비·대출이자·수수료 등 경영상 비용 부담이 커진 것도 경영부담을 옥죄고 있다. 음식점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재료비가 35.2%, 인건비 24.8%, 임차료 7.2%, 세금 5.6% 등이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충북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충북지역 소상공인은 전국 평균 월 매출의 80%도 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구축·운영하는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2017년 12월말 기준) 충북도내 소상공인·자영업 업소는 9만4천906개로, 소상공인의 월 평균 매출은 2천810만원으로, 전국평균 3천787만원의 78%에 불과했다. 도내 11개 시·군 모두 전국 평균 매출에 미치지 못했다.

전국적으로 개업하는 가게보다 폐업하는 가게가 더 많은 상황에서 충북의 창업률과 폐업률은 각각 1.9%로 조사됐다. 매출은 업종별·지역별 편차를 보여 매출이 가장 높은 이·미용, 주유소, 택배, 자동차, 세탁 등의 생활서비스업종과 가장 낮은 학원·교육 관련 업종간 3배나 차이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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