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8.08.28. / 뉴시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8.08.28. / 뉴시스

[중부매일 사설] 정부가 내년도 지출 예산안을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큰 폭으로 확대해 역대 최대 규모인 470조5천억 원으로 편성했다. 전체 지출 예산 규모는 2018년 본예산(428조8천억 원)보다 41조7천억 원(9.7%) 늘어났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고 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로 일자리참사가 소득양극화로 이어지면서 한국경제가 활기를 잃고 휘청거리자 풍성한 돈 잔치로 경기를 부양시키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성장 동력 하락이나 고용 악화 등 구조적 한계에 접근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긴축 재정보다는 확장 재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 경제 질서 확립 등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경제 구조 변화와 개혁을 달성하려면 재정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민간 투자·고용을 촉진할 마중물 역할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소득분배 악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나 내수 부진을 방지하고 경제 선순환을 이끌어내려면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 취약계층 자활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려면 재정이 탄탄해야 하는데 세수여건 호전돼 적극적 재정을 추진할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총수입이 481조3천억 원으로 올해보다 34조1천억 원(7.6%)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제 불황에 수출과 내수에서 적신호가 켜지고 있지만 세금은 잘 걷히고 있어 경제난관 극복을 위한 '마중물'로 투입한다는 것이다. 특히 보건·복지·고용 분야에 17조6천억 원(12.1%)을 지출키로 해 고용창출과 저소득층 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경기를 살리고 고용을 늘리기 위해 지출을 10% 가까이 늘리는 재정확장 정책은 최근의 고용둔화 추세를 고려할 때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재정만 확대한다고 경기가 살아나지는 않는다는 것은 과거의 사례가 증명한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지난 1년여 간 53조원의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했지만 최근 고용지표는 금융위기 때보다도 못하다는 말이 나온다. 실업자는 7개월 연속 100만 명을 넘었고 작년에 월평균 31만6천 명이던 취업자 증가 폭은 올해 1∼7월 월평균 12만2천300명에 그쳤다. 정부의 정책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정부 재원만 늘리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와 함께 전통적으로 일자리 창출이나 경기 부양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진 SOC 사업예산이 내년에도 감소한 것은 걱정스럽다. 건설경기가 침체되면 지방경제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단기적인 처방이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것은 정부가 더 잘알 것이다. 경제위기에 대한 인식은 정부와 전문가가 엇갈린다. 다만 실물경제가 가라앉고 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경제정책 실험에 구조적 변화가 없는 한 재정확대가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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