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부터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을 놓고 정국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집권 8개월만에 재신임 운운하는 것은 신중치 못한, 때 이른 발언이라는 고언(苦言)도 들렸다. 예상치 못한 대통령의 발표에 국민은 혼동스러웠고 정가에서는 그 이유가 무었이냐는 데 대한 해석도 구구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고뇌에 찬 배수(背水)의 결단이 정치개혁, 국민통합이라는 당초의 공약을 지키려는데 있느냐, 아니면 총선용이냐는 풀이가 여러 각도에서 조명되었지만 결국 노 대통령은 어제 오전에 국회에서 있은 시정 연설에서 이러한 추측을 일축하며 '재신임 요구에 어떤 조건도 의도도 없다"고 밝혔다.
 이번의 시정 연설은 정치개혁방안, 지역구도의 타파, 선거제도의 개혁 등과 맥락을 함께하는 것이지만이에 앞서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기준이 개혁보다 더 큰 정치발전이라고 밝히며 재신임 여부의 근본적 이유로 꼽은데 대해 각별한 관심이 쏠린다.
 유인태 정무수석은 이에 앞서 '책임총리제를 전제로 한 중·대 선거구제, 독일식 정당명부제의 도입 등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제도 등을 두고 나오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느냐'는 견해를 이미 밝혀 예고편을 시사한 바 있지만 노 대통령의 조건없는 재신임 요구는 한국 정치의 총체적 체질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정연설은 그 무게로 보아 상징성이 강할 수 밖에 없지만 국민투표의 의지, 재신임될 경우 국정에 대한 의지, 불신임될 경우 사임과 새 대통령의 선출 시기까지 명확하게 밝히고 있어 다시한번 재신임에 대한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재신임의 근본적 이유로 제시된 '도덕적 기준'은 정치의 이상적 목표이면서도 지금까지 치유되지 않은 한국적 고질병이었다. 깨끗한 정부를 지향하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일부 측근들이 기업인들로 부터 비자금 수수의혹을 받는 등 도덕적 잣대에 흠집을 냈으며 다른 정당들도 이 점으로 부터 자유스로워 질 수 없는 입장이다.
 정치자금이나 비자금 수수 의혹이 일때마다 댓가성이 있느니 없느니 법정 공방이 난무하지만 기실 인기도의 바닥권을 헤메는 정치인들에게 뭐가 예쁘다고 거저 돈을 주겠는가. 이 점에 있어서는 대통령 직을 걸기 이전에 체질개선을 해야 할 정치인들의 몫이다.
 노 대통령의 정치자금 투명화, 선거 공영제 확대, 정치자금법 공소시효 연장와 더불어 합법적 정치비용을 현실에 맞게 올리고 정치신인도 합법적으로 자금을 모을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은 음성적 정치자금의 커넥션을 끊고 양지를 지향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의 정치상황은 분명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 경기침체는 장기화되고 실업자는 거리를 헤메는데 여의도에서는 당리당략에 따른 멱살잡이, 고함소리가 하루가 멀다하고 난무하고 있다.
 이제 한국정치는 민생챙기기에 먼저 나서야지 내 몫 챙기기에 먼저 나서서는 안된다. 노 대통령의 재신임 여부를 떠나 공선사후(公先私後)라는 좌우명을 금뺏지에 새겼으면 한다. 새로운 정치 질서의 탄생여부는 먼저 정치인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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