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중호우로 상류에서 생활쓰레기들이 대청호에 밀려와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 윤여군
집중호우로 상류에서 생활쓰레기들이 대청호에 밀려와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 윤여군

[중부매일 사설] 올 여름 유례없는 폭염으로 녹색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진녹색 띠가 확대돼 '녹조라떼 현상'을 보였던 대청호가 최근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온갖 생활 쓰레기로 뒤덮였다. 대전, 청주, 세종 등 충청권 식수원인 대청호에 엄청난 양의 쓰레기로 몸살을 앓으면서 수질관리 대책에 적신호가 켜졌다. 큰 비가 올 때마다 오·폐수는 물론 생활폐기물을 버리는 시민들의 양심도 문제지만 이를 제 때 단속하지 못하는 한국수자원공사와 지자체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수자원공사측은 대청호에 밀려든 쓰레기가 대략 1만5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석호수역에 1만3천㎥, 이평수역에 2천㎥가 몰려있다. 부러진 나무와 갈대류도 있지만 빈 병, 음료 캔, 스티로폼, 비닐류는 물론 폐타이어와 TV·냉장고 같은 가전제품도 떠나니고 있다. 폭우가 쏟아지자 누군가 몰지각한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버렸다고 의심할 수 있는 폐기물이다. 공사 측은 지금도 흙탕물이 계속 유입되는 상황이어서 쓰레기 유입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청호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녹조가 급속히 확산된 상태다. 회남수역 유해 남조류 세포 수는 순식간에 ㎖당 8천322개로 치솟아 경보발령 기준(2주 연속 1천개 이상)을 8배나 웃돈다고 한다. 이번 비는 쓰레기와 더불어 녹조를 일으키는 질소와 인 등의 영양염류도 다량 끌고 들어왔다. 비가 그치면 녹조가 더욱 번성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식물 플랑크톤의 일종인 남조류는 수중 생태계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지만, 과다 증식되면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악취를 풍기고, 물고기 폐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쓰레기를 수거하는 비용도 수억 원에 달하지만 수질 악화는 더 심각하다.

하지만 대청호 주변 쓰레기 투기단속은 형식적이다. 금강유역환경청에 환경감시단이 있지만 큰 역할을 못하고 있다. 지자체 역시 단속이 거의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청호 주변관리가 부실하다면 쓰레기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대청호는 대부분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Ⅰ권역)으로 수상레저사업(영업) 자체가 금지돼 있지만 규제근거가 없는 '개인'이나 '동호회 활동'이라는 명목으로 불법레저영업도 기승을 부리면서 수질오염에 일조하고 있다.

지금 시급한 것은 쓰레기가 썩거나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 전에 빠른 시일 내에 걷어내는 것이다. 다시 무더위가 찾아오면 녹조가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다. 하지만 수자원공사와 지자체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해마다 연례적으로 벌어지는 장마철 쓰레기투기에 언제까지 팔짱만 끼고 있을 수는 없다. 청남대·대청호는 전국적으로 알려진 관광벨트이자 풍광이 빼어난 드라이브·도보여행 코스로 지역주민과 외부인 들이 많이 찾는 충청권 명소다. 대청호에 떠있는 더럽고 지저분한 쓰레기더미와 보기 흉한 녹조현상을 보면 눈살을 찌푸릴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수질오염이다. 가뜩이나 생수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청호 쓰레기와 녹조현상을 보면 먹는 물로서 수돗물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질 까봐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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