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지방분권화로 가는 길목엔 여러 암초가 버티고 있다. 그 암초중 지자체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은 역시 '내 집마당에는 안된다'는 이른바 님비(Not in My Backyard)현상이다.
 님비는 '내 집마당으로'라는 핌비(Please in My Backyard)와 짝을 이루며 시시때때로 유리한 카드를 내밀고 있다. 혐오시설이 들어설 경우엔 결사반대하는 '님비'카드를 내밀고 지역발전에 유리한 시설이 들어설 때는 그 반대로 '핌비'현상을 보인다.
 이 카드는 물리적인 걸림돌이 아닌, 정서적인 걸림돌이어서 이해를 시키며 공감대를 형성하는데는 긴 대화와 오랜시간, 그리고 상응하는 인센티브가 요구된다. 전국의 지자체마다 이 현상을 겪지 않은 곳이 없다.
 사실 내가 사는 동네에 쓰레기 매립장이나 소각장, 공원묘지, 화장장, 납골당 등이 들어선다는 데에 쌍수를 들고 환영할 사람은 하나도 없다. 맹모삼천지교라는 고사가 발해주듯 이른바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이러한 시설은 정도의 차이는 있다해도 그 속성상 주민 생활환경이나 교육환경을 저해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딘가에 이런 시설은 있어야 한다. 쓰레기 매립장이 없으면 쓰레기 대란을 불러일으킬게 뻔한 일이요, 공원묘지나 화장장, 납골당이 없다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를 것인가. 필요성은 구성원들이 다같이 인식하면서도 '우리 동네에는 절대 안된다'는 님비현상은 전형적인 지역이기주의로 볼 수 밖에 없다.
 님비현상은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그 방법론에 있어서 물리적인 '강행' 일변도로 추진할 수는 없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주민과의 대화와 공감대 형성을 통해 꼬인 실타래를 풀어나가야 한다. 일방적 추진은 마찰만 빚을 뿐이다.
 문제는 혐오시설 운영에 대한 발전적 대안과 주민의 의식전환이 있어야 하고 필히 인센티브가 적용돼야 한다는 점이다. 혐오시설도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주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마구잡이 식으로 관리를 하고 인센티브도 별반 없다면 이를 좋다고 하는 주민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화장문화가 발달해 있는 일본에는 동네마다 납골당이 있다. 그들은 이를 혐오시설로 생각치 않는다. 당연히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죽어서도 갈 곳이 없다면 외로운 영혼이 어디가서 안식처를 찾을 것인가.
 그래서 지자체는 궁여지책으로 혐오시설 유치와 관련 공모제라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이를 유치할 경우 상당한 인센티브로 지역발전을 꾀한다는 것이다. 외형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어떤 보상책은 불가피하다.
 이처럼 곤혹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청원군 강내 학천 쓰레기 매립장 주변의 휴암동, 수의동, 주봉동, 지동동, 서촌동 일부, 정봉동, 석소동 등 7개 마을로 구성된 청주광역권 폐기물매립장 청주시 주민지원체협의회가 쓰레기 소각장을 유치하겠다고 나서 관심을 끈다.
 청주시로 보면 모델 케이스와 해법을 찾은 셈이다. 성사가 될 경우 해당지역에 대한 발전책은 필수적이다. 님비현상은 주민들 정서 속에서 스스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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