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청주를 가리켜 문화예술의 도시라고 말한다. 그전에는 교육도시라는 말을 보편적으로 쓰더니 요즘에는 문화도시라는 말을 더 자주 사용한다. 청주시민 스스로나 외지인들도 문화도시라는 말에 익숙해져 있다.
 청주시의 상징이 되다시피한 그 말이 명실상부한 적정한 용어인지, 아니면 하기 좋고 듣기 좋은 겉치레 언사인지 냉정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분명 청주는 문화적 분위기가 매우 성숙해 있다. 천년고도라는 역사성도 문화도시로의 육성에 큰 보탬이 된다. 교육도시의 기능도 문화도시를 가꾸는데 큰 힘이 된다.
 그러나 교육도시라고 해서 반드시 문화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넓은 의미에서 교육과 문화는 궤를 같이하고 상승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등식(等式)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청주의 상징어들을 나열해보면 ‘천년고도’ ‘전원도시’ ‘교육도시’ ‘문화도시’ ‘첨단 산업도시’ 등 시상(市像)이 매우 복잡하다. 현대사회에서 그 다양성은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그 다양성 중에서 청주만의 어떤 특성을 도출해 내야 한다.
 우리는 청주의 상징성을 으례 문화도시에서 찾아왔는데 충북민예총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아니올씨다’라는 다소 의외의 반응을 보여 문화도시로의 검증과 육성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충북민예총이 전문가 집단 2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56.7%가 문화의 도시 질문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대답했고 7.4%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문화의 도시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셈이다. 그동안 우리가 피상적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실 문화도시가 되려면 창작욕구를 수용할 수 있는 문화인프라가 먼저 구축돼야 한다. 현재 청주의 문화기반 시설을 보면 60만 청주 시민을 받아들이기에 턱도 없이 부족하다.
 청주에는 미술관도 없고 소극장다운 소극장도 없다. 전시실도 부족하고 또 협소하다. 그렇다고 파리의 몽파르나스나 북경의 유리창과 같은 문화의 거리가 조성돼 있는 것도 아니다. 무심천변이나 공원에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예술인들이 갈 만한 찻집하나 변변치 못하다. 문화관련예산이 엄청난 것도 아니다. 무슨 창작마을이 조성된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예술단이 있는 것도 아니다. 청주 예술의 전당이 있긴하나 비싼 대관료가 늘 걸림돌이다.
 그런데에도 사람들은 걸핏하면 문화의 도시 찬사를 늘어 놓는다. 문화의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으면 창작욕구가 살아나지 못한다. 청주권의 대학에서 배출되는 많은 예술지망생들이 청주권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상당수가 타지로 떠나는 이유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냉정한 반성을 통해 새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타 도시의 수범사례를 벤치마킹하여 명실공히 청주가 문화예술의 도시로 착근할 수 있도록 문화 행정 전반에 대한 궤도수정이 필요하다. 문화도시의 위상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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