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이창근 문화기획자·예술경영학박사

사진. / 춤자료관 연낙재 제공

[중부매일 문화칼럼 이창근] 현재 충남도청 소재지는 내포 신도시이다. 조선시대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충청도에서는 내포가 가장 좋은 곳이다"라고 하였다. 내포는 본래 가야산과 오서산 주변의 열 고을을 말하는데 현재의 예산, 당진, 서산, 홍성에 걸쳐있는 곳이다. 문화재와 전통공연예술을 연구하는 필자는 중고제라고도 불리는 '내포제'에 주목하게 되었다. 내포제의 대표적 예인으로 한성준과 심정순을 꼽을 수 있다. 국악, 한국무용을 전공했거나 국악인ㆍ전통무용가로 활동하는 예술가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그들이 한국 근대 예술사에 미친 영향은 근대 국악과 무용의 거장이라는 표현이 손색이 없을 것이다.

한성준(1875-1941)은 충남 홍성의 세습무 집안 출신으로 8세 때부터 춤과 장단 등 민속예술을 두루 익히고 예산, 서산, 태안 등 내포 일대에서 활동하다가 경성 무대로 진출하여 당대 최고의 명고수로 명성을 얻었다. 또한 조선음악무용연구회를 창립하여 전통춤을 집대성하고 무대 양식화하는 업적을 남겼다. 그의 문하에서 손녀딸 한영숙을 비롯하여 강선영 등 수많은 무용가가 배출됐으며, 그가 만든 당시의 무용작품이 현재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태평무, 살풀이춤이다. 이밖에도 학춤, 훈령무, 한량무 등 여러 작품이 현재에도 많은 무용가와 관객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또 한 명의 충청도 예인이 있다. 심정순(1873-1937)이다. 심정순은 1908년 전통연희와 창극의 전용 무대였던 극장 장안사에서 박춘재, 문영수, 김종문, 김홍조 명창 등과 어깨를 겨뤘다. 판소리와 가야금병창, 산조, 재담 등으로 활약했으며 가야금 연주, 춘향가, 심청가 등 초창기 유성기 음반으로 상당한 녹음 기록을 남겼다. 특히 그는 전라도의 동편제, 서편제와는 달리 충청도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한 판소리 '중고제'의 마지막 계승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딸인 심화영(1913-2009)에 이어 심화영의 외손녀 이애리 충남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전수교육조교가 서산을 중심으로 예맥을 잇고 있다. 또한 국민가수 심수봉은 심정순의 친손녀이다.

한성준과 심정순은 근대 전통무악을 대중화하는데 헌신하였고 일제강점기 우리의 전통공연예술을 보존ㆍ계승하는데 큰 업적을 남겼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춤문화유산기념사업회에서 한성준과 예술혼을 추모하고 그의 예술자료들을 조명하는 행사를 매년 개최해오고 있다. 그것이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과 한성준예술상이다. 서울과 충남 홍성, 서산에서 전통무악의 거장 한성준을 기리는 자리이자 격조 높은 우리 전통무용의 멋을 만날 수 있는 공연과 학술행사를 연다.

이창근
이창근 문화기획자·예술경영학박사

제5회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은 지난 8월 21일부터 22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렸다. 여든이 훌쩍 넘은 김진홍(부산광역시 제14호 동래한량춤 예능보유자), 정명숙(국가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 전수교육조교), 이현자(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전수교육조교) 명무의 공연이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장단을 놓치지 않고 보여준 춤사위에 필자뿐만 아니라 공연장을 찾은 많은 관객들로부터 탄성이 터져 나왔다. 모두 민간예술단체차원에서 그 가치와 철학을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춤문화유산기념사업회와 춤자료관 연낙재 그리고 총괄기획한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진정성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내포의 예인 한성준과 심정순의 예술혼이 서울과 충남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전통무용의 교류의 장으로 지속되고 있어 참 다행스럽다. 왜냐하면 한성준과 심정순이 우리 예술사에 미친 영향은 국가무형문화재의 전승은 물론 동시대의 많은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예술영감을 얻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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