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격 최고치 경신불구 예술적 측면에선 '실패'
끊임없는 작업과정서 나올 수 없는 다음 류의 작품

안드레아스 거스키 작 '라인강 2'. 1999.

2014년 12월 9일 PR뉴스와이어는 "세계 기록을 깬 650만 달러에 판매된 전설적인 사진작가 피터 릭의 '유령'"이라는 기사에서 '오늘 라스베가스에서 피터 릭의 '유령'이 어느 개인 소장가에게 650만 달러에 팔렸다'고 보도했다. 위키디피아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진들 리스트'에 피터 릭의 '유령'을 1위로 표기했다. 하지만 위키디피아는 얼마 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진들 리스트'에서 삭제했다. 와이? 왜 위키디피아는 피터 릭의 '유령'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진들 리스트'에서 삭제한 것일까?

지난 2014년 12월 11일 CNN은 '이 사진이 650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가?(Is this photograph worth $6.5 million?)'라는 표제로 어느 개인 소장가에게 650만 달러에 팔렸다는 피터 릭의 '유령' 소식을 전했다. CNN은 보도 말미에서 미술평론가 조나단 존스(Jonathan Jones)가 피터 릭의 '유령'을 "호텔에 밀어붙인 진부한 포스터처럼... (like a hackneyed poster in a push hotel...)"는 말을 인용했다.

2017년 10월 9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김창길의 사진공책 :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진을 둘러싼 의혹"에서 김창길 기자는 조나단 존스의 혹평을 다음과 같이 인용해 놓았다. 피터 릭의 '유령'은 "진부하고 천박한 흑백사진이다. 예술이 아니다. 그리고 사진이 절대 예술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말해주는 사진이다."

김 기자는 피터 릭의 "팬텀 사진이 진부하고 천박한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질문하면서, 왜 피터 릭의 사진이 사진 가격만 최고치를 경신했을 뿐 예술적인 측면에서 새로움을 보여주는데 실패했는지 답변도 한다. 김 기자는 자신의 주장을 위한 사례로 지난 2011년에 세계 최고가를 기록했던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라인강2'를 해석해 놓았다. 그리고 김 기자는 기사 말미에서 피터 릭의 '유령'에 대한 평가를 다음과 같이 내린다.

피터 릭 작 '유령'. 2014.

"피터 릭은 그가 탐험하는 광활한 자연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작가 특유의 시선을 찾아보기 힘들다. 인터넷 구글 이미지에는 비록 컬러이지만, 팬텀과 비슷한 앤터로프 협곡의 사진으로 가득 찼다. 미술평론가 조나단 존스가 '천박하다'고 혹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제국주의 시절의 인디아나 존스처럼 오지를 탐험하며 자연의 신비로운 광경을 복사할 뿐이다. 그 광경을 복사하는 것은 그의 카메라이지 그의 색다른 시선이 아니다."

필자는 지난 연재에서 피터 릭의 '유령'과 구글 이미지에 올려진 '유령'과 비슷한 앤텔로프 캐니언의 사진들 사이의 차이를 언급했었다. 그리고 그의 '유령'이 자연을 '복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흑백사진으로 전환하여 '조작'한 부분들에 대해 언급했다. 따라서 필자는 '유령'을 '진부하다'고 평가한 존스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피터 릭의 '유령'을 70억 가치가 없는 사진으로 판단한다.

필자는 그 판단의 이유를 이미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라인강2'를 언급하면서 암시했다. 이를테면 거스키의 '라인강2'는 경매시장에서 7억에 낙찰된 '나이키 타운'과 38억에 낙찰 받은 '99센트' 슈퍼마켓보다 비싼 49억에 낙찰된 이유 말이다. 필자는 지난 연재에서 거스키의 '라인강2'가 '나이키 타운'과 '99센트' 슈퍼마켓보다 '한 걸음 더 들어간 작품'으로 읽었다. 왜냐하면 그린버그가 '모더니스트 회화'에서 주장한 '회화의 평면성'과 '질' 모두를 거스키가 자신의 사진에 적용시키고자 했기 때문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거스키의 '라인강2'는 끊임없는 그의 사진작업 과정에서 나온 필연적인 작품이라는 점이다. 바로 이 점이 안드레아스 거스키와 피터 릭의 차이점이다. 만약 당신이 피터 릭의 전작을 모두 조회해 본다면, 그의 '유령'은 그의 다른 사진들과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그의 '유령'은 끊임없는 그의 사진작업 과정에서 나온 필연적인 작품으로 볼 수 없다고 말이다. 필자가 피터 릭의 '유령'을 70억 가치가 없는 사진으로 판단한 이유이다. /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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