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근 소규모 카페나 음석점이 최저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폐업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25일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 중고 주방용품 매매업체에 폐업한 업체들이 팔아넘긴 물품들이 가득 쌓여 있다. / 신동빈
최근 소규모 카페나 음석점이 최저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폐업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25일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 중고 주방용품 매매업체에 폐업한 업체들이 팔아넘긴 물품들이 가득 쌓여 있다. / 신동빈

[중부매일 사설] 불황은 지속되고 있지만 자영업 창업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거리를 지나다보면 영업이 안 돼 문을 닫은 점포도 많지만 새로 오픈하는 점포는 훨씬 더 많다. 경기가 회복돼서가 아니라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먹고 살기위해 할 수 없이 창업을 선택한 자영업자들이 많아졌다. 어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자료가 이를 뒷받침한다. 올 2분기 도소매·음식·숙박업 대출증가폭이 미국발 외환위기 사태로 한국경제가 휘청 거렸을 때인 2008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최저임금 과도한 인상·근로시간 단축으로 야기된 취업난과 산업구조조정의 여파로 빚을 내서라도 '생계형 창업'을 시작하는 서민들이 많아졌다. 또 내수부진으로 존폐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버티기 식 대출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대출금리가 오른다면 자영업자들은 벼랑에 몰릴 수 있다.

최근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2분기 들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제조업과 건설업의 대출금 증가폭은 감소했지만 신규 점포가 우후죽순 격으로 증가하면서 자영업 대출은 1.5배이상 늘어났다. 2분기에 새로 생긴 도소매·음식숙박업체는 6천524개로 1분기보다 300여개, 1년전 보다는 무려 1천개가 늘었다. 자영업을 시작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투자금이 상대적으로 적고 은행대출이 힘들면 제2금융권에서 빌릴 수도 있다. 실제로 상호금융, 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등 비은행권 대출액이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6월말 기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대출받은 액수는 총 131조원을 넘었다. 이는 한국은행이 통계를 내기시작한 이후 최고수준이다.

하지만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인건비 부담은 커지고 소비심리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어제 발표된 한국은행의 경제심리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심리는 17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않는데 자영업이 잘될 리 없다. 여기에 영세 자영업자와 소규모 법인이 주로 돈을 빌리는 비은행은 금리가 월등히 높다. 자영업자들이 고통의 터널 속에 갇힌 셈이다. 일만 여명의 자영업자들이 엊그제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불구하고 최저임금불복종 운동을 위해 서울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우고 생존권 보장을 요구한 것은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인식은 국민정서와 거리가 멀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소득주도 성장을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호소에 귀를 막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 결과가 정부에게 불리하게 나오자 통계청장을 경질하고 통계 개선방안까지 마련했다. 통계를 정부 홍보수단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품을 수 있는 대목이다. 통계청뿐만 아니라 한국은행도 각종 데이타를 통해 자영업자들의 위급한 현실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지만 정부는 늘 기다려달라고 한다.

한국경제가 깊은 수렁 속에 빠지면 가장 먼저 타격받는 것이 서민들이다. 매출부진에 대출금리까지 오르면 자영업자들의 줄도산이 우려된다. 최근에 발생한 옥천 가족 살인사건이 아니더라도 단란한 가정이 빚 때문에 비극의 주인공이 되는 사례는 흔히 볼 수 있다. 자영업자들의 절규를 가볍게 들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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