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석기분야 최초 수양개학술상 수상 日 동경대학교수 '히로유끼 사토'

일본 동경대 사토 교수(가운데)가 도르니 베스토니체 유적에서 오노 교수(왼쪽, 아시아구석기학회 명예회장)와 모리사키 박사 (오른쪽, 문화청 기념물과 문화재 조사관)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원장 우종윤)이 매년 진행하고 있는 수양개 국제회의는 구석기 시대에 대한 연구로 국제적 위상을 확립해가고 있다.
올해 열린 제 23회 국제회의는 말레이시아 국립과학대학교(M.M.사이딘 교수·고고학연구소장)와 공동으로 지난 7월 1일부터 7일까지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수양개와 랭공:선사시대의 적응'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올해 수양개 학술상을 수상한 일본 동경대학 히로유끼 사토(佐藤宏之·62) 교수는 일본 구석기 연구를 이끌고 있는 국제적인 학자로 정평이 나있다. 다소 늦은감은 있지만 사토 교수와의 이메일 인터뷰로 수양개 유적이 갖는 국제적 위치와 아시아구석기연구의 발전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편집자

 

Q. 선사고고학 또는 구석기분야에서는 처음으로 제12회 수양개학술상을 수상한 소감은?

고고학 분야에서의 세계적인 학술상이 아주 적은 가운데 수양개학술상은 거의 유일한 구석기분야에서의 국제 학술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상을 수상한다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다. 저의 학문인생에 있어서 획기적인 의의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현재까지 일본이나 아시아를 중심으로 폭 넓게 구석기시대 고고학 연구를 해 왔지만, 이러한 점이 학계에 넓게 인정받았다고 생각된다. 수양개 국제회의는 세계 각국의 제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중요한 구석기연구자가 한꺼번에 만나 1년에 한 번 열리는 국제회의이기에, 이번 수상은 국제적인 의의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말 할 수 있겠다.

 

Q. 수양개 국제회의와는 어떤 인연을 갖고 있고, 본인이 발표했던 주요한 내용은?

이융조 교수(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아시아구석기학회 명예회장)가 찾아 발굴하고 1996년부터 조직한 수양개 국제회의는 이번에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23회를 치렀는데, 저는 도쿄의 메이지(明治)대학에서 2004년 개최된 제9회 회의에서 연구발표를 한 것을 계기로 수양개 국제회의에 참가하게 됐다. 그 후 회의의 창설자이자 현재 대표를 역임하고 계신 이융조 교수의 호의로 매회 회의에는 출석과 보고의 기회를 갖게 됐다. 매 해 모든 회의를 출석해온 것은 아니지만 중국의 니허완(泥河灣)이나 닝샤(寧夏), 러시아의 쿠르타크, 미국의 와이오밍 등에서 개최한 회의에 참가할 수 있었다. 이 국제회의의 매력 중에 하나는 회의 중, 또는 종료 후에 행해지는 조사자료나 유적 견학이 있다. 고고학의 기본은 자신이 조사현지에 서서, 유적 뿐만아니라 주위의 자연환경을 피부로 느끼는 것이다. 조사보고를 정중하게 풀어 읽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과 함께 현지에 실제로 가보고 그 땅의 먼 과거에 생각을 뻗어보는 것이 연구에 있어서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니허완이나 쿠르타크라고 하는 지역은 구석기시대의 조사가 집중해서 이뤄진 지역으로서 세계적으로 저명하지만, 개인이 방문하는 것은 꽤 어려운 벽지이다. 그러하기에 회의를 이용해 실제로 자신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주 큰 유익한 점이다.

2013년 寧夏에서 이뤄진 회의에 수양개 국제회의의 집행위원회의 맴버에 들어오게 된 점도 대단한 영광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23회 수양개 국제학술회의에 참가한 국내외 학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선사문화연구원 <br>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23회 수양개 국제학술회의에 참가한 국내외 학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선사문화연구원

 

Q. 수양개유적은 아시아와 세계 구석기연구에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수양개유적은 한반도의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한국에 있어서 구석기문화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계기를 부여한 기념비적인 조사가 이뤄진 유적으로 일본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수양개유적에서는 각 지점에서 계속적인 발굴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제6지구에서 중요한 발견이 있었다. 구석기시대의 유적에서는 오래전 시기의 문화의 위에 새로운 문화를 나타내는 석기가 지층의 순서에 따라 여러 층 발견 되는 것이 있지만, 제 6지구에서는 4개의 문화층이 발견됐다. 그 중 밑에 있는 두 개의 문화층은 한반도에 현생인류가 최초로 출현한 시기와 잘 부합 하고 있으며, 한국에 있어서의 현생인류문화의 출현 역사를 명백히 하는데도 아주 중요하다.

발견된 두 개의 문화층에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슴베찌르개를 지닌 돌날 석기군이 검출됐다. 그 연대는 4만 년 전을 거슬러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서, 한국이나 일본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 있어서의 가장 오래된 돌날문화이다. 돌날석기군은 지금까지 구석기시대연구에 있어서 현생인류를 대표하는 석기라고 생각돼왔다. 현생인류가 남긴 돌날석기군은 4만7천년전에 서아시아에 처음 출현하지만 수양개 유적 제 6지구 제 4문화층의 연대는 이것과 근소하게 늦는 정도이다. 이러한 것은 아프리카를 기원으로 하는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아시아 확산이 아주 빠른 속도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 기원을 둔 현생인류문화의 아시아에서의 확산은 지금의 세계 구석기 연구의 주요 테마 중에 하나이며, 동아시아에 있어서의 현생인류의 확산 프로세스를 해명하기 위한 기본 자료의 하나를 제공한다고 말 할 수 있다.

 

Q. 일본구석기학회장을 맡고 있는데 일본 구석기연구의 특징과 앞으로의 발전방향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는 올 7월까지 일본 구석기학회의 회장을 4년간 맡았다. 일본 구석기학회는 일본에 있어서의 구석기시대유적의 데이터베이스를 작성해 공표했는데 현재까지 유적의 수가 총 1만1천500 군데에 달하고 있다. 일본열도에는 아주 많은 구석기시대유적이 있지만 그 대부분이 현생인류가 남긴 후기 구석기시대의 유적이고, 한국이나 중국과 같은 전기·중기 구석기시대유적의 존재는 명백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다. 그러한 의미에서도 앞으로는 일본열도에 있어서 더 오래된 유적이나 문화의 존재를 탐구하는 것이 일본 구석기연구 과제의 하나가 되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일본열도에서 호모·사피엔스가 태어난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되기에 이러한 유적을 남긴 현생인류는 한반도에서 확산한 가능성이 가장 높다. 아시아에서 일본열도로 사람이 오게 되는 루트는 지리적으로 보면 사할린-홋카이도 루트, 한반도 루트, 오키나와 루트로 세 가지 밖에 없지만 현재의 연구 상황으로 보면 한반도 루트가 가장 오래됐다고 생각된다. 단 세 개의 루트 모두 사람이 건너왔기에 앞으로는 그 시기와 방법(예를 들어 바다를 건너는 기술 등)을 명백히 하는 것이 일본구석기연구의 과제다.

 

Q. 아시아구석기학회 부회장으로 있는데 아시아구석기연구의 발전방향은?

아시아구석기학회(APA)는 2008년 러시아·중국·한국·일본의 구석기학회를 대표하는 A.P. 데레비안코(러시아), 이융조(한국), A. 오노(일본), 가오싱(중국) 교수 등이 모여 결성한 국제학회로, 본인은 현재 일본에서 선출된 부회장을 맡고 있다. 구석기연구는 구미(歐美)를 중심으로 발전해 온 역사가 있기 때문에 동아시아에 있어서의 관심과 연구는 여태까지 뒤쳐져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4개국의 연구자들이 모여 뒤쳐진 것을 만회하여 세계 구석기연구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우리의 연구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자 하는 것을 목적으로 창립됐다. 세계의 연구는 현재 급속도로 진전하고 있는 아시아의 구석기연구에 주목을 모으고 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유럽을 중심으로 그려왔던 구석기시대의 역사가 유럽의 지역사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것을 점점 알게 되어서, 앞으로는 동아시아를 시작으로 하는 아시아 구석기시대의 복잡한 역사를 풀어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고 믿는다. 아시아를 이해하는 것이 인류사 연구에서는 아주 중요하다고 보고 있어, 이번 제9회 아시아구석기학회에서 러·중·한·일 4개국의 범위를 넓혀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훌륭한 구석기 학자들을 영입하는 의결을 보아, 앞으로 APA의 회원국은 명실상부하게 아시아로 확대되어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크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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