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혁신도시 전경.(자료 사진) / 중부매일 DB
충북혁신도시 전경.(자료 사진) / 중부매일 DB

[중부매일 사설] 혁신도시는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산·학·연·관이 서로 협력해 지역의 성장거점지역에 조성되는 미래형 도시다. 노무현 전대통령 공약인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핵심사업이기도 하다.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키고 수도권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한 의도도 있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정부의 공공기관 조성 취지가 반감되고 있다. 혁신도시로 이사한 직원들이 가족을 수도권에 두고 혼자 이주한 사례가 절반이 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혁신도시 정주 여건 만족도 조사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혁신도시 이주형태에서 '단신 이주'가 전체 55.4%, '가족 단위'는 39.9% 였다. 물론 가정이 있는 직원의 경우 '배우자 직장'(45.1%)과 '자녀 교육'(42.0%)과 같은 타당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절반이 넘는 직원들의 '나 홀로 이주'를 배우자 직장과 자녀교육 탓으로 돌릴 수 없다. 이번 조사를 통해 정주여건에 대한 불만족도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주여건은 주로 교통, 편의·의료서비스, 교육, 주거환경 등을 말한다. 전국 10개 혁신도시의 정주 여건 만족도 조사에서 전체 평균 만족도는 52.4점에 불과했다. 이중에선 부산이 61.6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경북(56.8점), 강원(54.4점), 전북(54점), 경남(53.9점), 울산(52.6점) 등 순이었다. 가장 의외인 것은 수도권과 가까운 충북 진천·음성 혁신도시(40.9점)가 가장 낮은 만족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물론 생활환경이 양호한 수도권에서 살던 직원들이 아직 도시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혁신도시에서 만족감을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주말부부'를 합리화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신의 직장'이라는 말을 듣는 공공기관에 근무한다면 직장이 소재하고 있는 혁신도시에 애정을 갖고 가족이 함께 사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충북혁신도시의 정주여건이 열악하다는 지적에 충북도와 진천군·음성군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전국 혁신도시 중 전주·완주 혁신도시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충북혁신도시는 11개 공공기관이 입주를 마치고 2020년 도시 조성이 완료되면 4만2000여명을 수용하는 미래형 자족도시로 탈바꿈하지만 '속빈 강정'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향후 전망이 어둡다. 이번 정주여건 만족도 조사결과 뿐 아니라 2년 전에도 가족 동반 이주 비율, 지역 인재 채용 비율, 지방세수 등 6개 항목의 혁신도시 건설 산업 성과에서 충북혁신도시는 세수확대를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최하위권이었다. 반면 부동산투기세력이 기승을 부리면서 아파트 값 상승률은 최고 수준이었다. 생활환경은 낙후된 반면 집값은 비싸다면 누가 가족과 함께 이사 오고 싶겠는가.

이시종 충북지사는 지난 7월 "충북혁신도시를 혁신도시 시즌2'의 성공모델과 지역균형발전의 표본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아무리 미사여구(美辭麗句)를 동원해 강조해도 소용없다. 정주여건 만족도가 밑바닥인 충북혁신도시가 지역균형발전의 표본이 되기는 힘들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