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초 지역언론의 J기자와 차를 한잔 나눌 시간이 있었다. 길지 않은 시간동안 나눈 이야기는 지역경제, 지방대학, 지방신문 등의 생존과 발전 방법이 있느냐는 문제였다.
 이야기는 현재의 청주와 충북이 직면한 열악한 환경 분석과, 비관적 전망으로 채워져 갔다. 취약한 산업구조, 인재의 유출, 미약한 문화기반, 지역언론 생존의 어려움 등이 연결성을 갖고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현실 대책을 찾기 위한 진지함도 함께 도를 더해갔다. 그리고 헤어지면서 J기자는 지방지의 전문화, 특성화 가능성을 확인해 달라는 과제를 주었다.
 그후 필자는 지난 금요일, ‘한,중,일에서의 21세기 대학교육 개혁과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최 세미나에 참석하였다. 중국이나 일본 모두 대학교육의 개혁방향은 대학간 합병과 지역 대학의 특성화를 활성화하는 아이디어의 확인이었다. 규모가 작은 학교들은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키우고, 투자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적절한 자원 배분이 중요한 요인이라는 의견들이 제기되었다. 물론 지방대학 발전의 주된 대책으로 제시된 의견들이다.
 이제 J기자의 궁금함을 답해보기로 하자. 청주나 충북지역은 타시나 도 단위체들과 비교하여 볼 때 열세임은 물론, 지역주민의 후원이나 지지 정도 역시 낮은 수준에 있다. 지역의 협소함은 시장의 열악함을 의미하고, 경제의 열세는 지역의 학교, 신문, 문화, 기타 부문에서의 열위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대학은 시간이 갈수록 뒤쳐지고 있으며, 우수한 학생들은 기회와 장학금을 제공하는 대도시 학교로 진로를 바꾸고 있다.
 지역 내 주민의 빈곤과 산업의 낙후 현상은 투자의 빈곤을 통해 교육과 문화의 지체현상으로 연결된다. 신문과 방송은 대도시 중심 문화로의 종속현상을 탈피할 수 없게되며, 결과적으로는 자율성의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결과로 주민의 외면 속에 빈곤과 부실의 악순환을 경험하는 부정적 그림이 지역 언론과 문화의 현실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 상황을 지역의 운명으로 돌릴 수는 없다. 청주는 교육, 문화의 도시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우리 국민에게 각인 되었던 인식이요, 이미지이다. 또한 교육, 혹은 문화의 콘텐츠를 언론의 특성화 대상으로 삼는 것은 중요성과 시장의 광역성향을 고려할 때 마땅히 도달할 상식적 사고의 착지점이다. J기자가 내게 언급한 교육과 문화, 그리고 사회복지의 문제는 좁은 범위에서는 지역의 화두요, 넓은 의미로는 현대의 우리사회가 극복해야 할 당면 과제이다.
 경쟁력을 갖지 않으면 안되는 지방언론이 교육, 혹은 문화 차원의 전문성을 키우는 것은 바람직하다. 대학교육에서 백화점 나열 방식을 따르는 전공 세분화 추구의 종합대학화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면, 이 논리는 지역 언론에도 적용되어 마땅하다. 특성화 논리는 경쟁력이 높은 중앙일간지들이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를 다루는 경우에 오히려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경쟁력이 약한 지역신문의 경우, J기자가 제기하는 특성화가 약점 극복의 합리적인 대안일 것이다.
 지역경제의 특수성과 지역언론의 특성화 작업이 지역대학의 활성화 및 경쟁력 제고와 동행한다는 필자의 대답이 J기자의 탁견을 충분히 지지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 충북대정외과교수 김 도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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