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후보가 자진하여 처벌을 받겠다고 나선 한나라당의 정치자금 불법모금 소식이 시민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합법적인 수입, 지출 비용에 비하여 두배가 넘는 선거비용이 불법적으로 모금되고,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에게는 정직이 목숨과 같이 중요한 가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으로 자금을 모금하고 사용한 일은 국민의 지탄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
 노대통령 측근에서 불법 모금행위가 있었다는 것도 언론에서는 함께 보도하고 있다. 금액이 소액이기는 하나 분명한 불법행위라, 행위자는 조사와 함께 법적 처벌까지 받게 될 모양이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걸고 적은 금액임을 강조한 것은 냉정하게 생각하면 수긍할 일이다. 그러나 집권자이기 때문에 현재와 미래의 정책결정 권한을 부적절한 정경관계로 남용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할 일이다.
 정치자금을 내어 놓을 용의가 있는 개인이나 기업이 있는데도 불법적인 자금 모금 과정이 일어나는 이유는 정치자금에 한도액이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한정하게 자금을 끌어들이고, 선거에서 이를 사용하는 것을 금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선거관리이다. 따라서 기부받는 금액이나 사용하는 금액에 상한선을 두어 불합리한 정치질서가 발생하지 않도록 바로잡는 노력이 있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몇가지 심각한 정치적 문제점을 적시해 보자. 첫째는 유권자가 바라는 올바른 후보를 선출하지 못할 수 있다. 선거에서 공정한 룰이 무시되는 것은 민주주의 가치가 부정되는 문제이다. 선거법에 설정된 사용한도 금액을 무시하고, 후보나 정당이 무한정하게 돈을 지출하여 승리하게 된다면 이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둘째는 정치인들의 부정한 축재를 방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선거를 통해서 모금을 하고, 이를 사적 용처에 써버리는 것은 이미 정치가 아니다. 협박꾼이나 모리배들의 사기행각일 뿐이며, 이를 정당화 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과거 정치인들의 아들들이 이러한 돈을 아직도 보유하고 있는지 조사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셋째는 정경유착의 문제이다. 정치란 나라의 정책을 결정하는 핵심과정이다. 그런데 여기에 돈이 관련된다면, 결과적으로 나라의 정책을 왜곡시켜 경제를 어렵게 만들게 된다. 돈을 빼앗긴 경제주체들은 대가를 바라게 되고, 정치인들은 잘못된 정책 결정을 통해 사회경제를 망가뜨리게 된다.
 넷째로는 정치구조 내부의 비민주성을 심화시킨다. 돈이 필요한 정치인들은 돈을 따라 줄을 서는 어리석은 행각을 보이게 되고, 불법으로 돈을 모금하는 불량정치인들이 앞을 서는 한심한 정치가 나타나게 된다.
 지금 검찰이 정치자금의 불법성을 조사하고 있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검찰에 자진 출두한 이후보에 대한 감상적 동정은 분명한 조사가 끝난 이후에 생각할 문제이다. 최병렬 대표의 단식사태를 가져온 대통령 측근 비리 조사 특검이 또 기다리고 있다. 여야간 흥정이나 동정으로 조사를 미흡하게 만드는 경우를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우리 유권자는 내년 총선을 기다리고 있다. 각자의 가치체계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자유민주사회의 시민 권리라는 사실을 십분 이해한다면, 이번 검찰의 정치자금 조사는 눈을 크게 뜨고 지켜 볼 일이다.
  / 충북대정외과교수 김 도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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